전자 관련 대기업 내 규격팀을 중심으로 파생된 규격서비스 전문기관이 잇따라 설립되고 있어 사설 규격기관과 UL(미국)·TUV(독일) 등 해외 인증기관에 의해 주도돼온 규격서비스 시장의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15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IMF 이후 경기침체와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입지가 약화된 전자대기업 내 규격팀 핵심 전문가들이 분사(스핀오프) 형태나 퇴직해 독립회사 형식으로 규격서비스 전문업체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 가전·통신·컴퓨터 등 분야별 규격전문가들이 대거 퇴직해 설립한 써티텍규격시험연구소(소장 염규덕)는 최근 경기도 용인에 전자파적합성(EMC) 및 전기안전 시험시설을 두루 갖춘 6백평 규모의 초대형 규격시험소를 완공하고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규격컨설팅 업무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대전자 규격팀 엔지니어들도 퇴직해 경기도 이천 현대전자 인근에 규격서비스 전문업체인 CES를 설립했다. CES는 최근 측정시설을 이용한 규격컨설팅 업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전자는 현재 규격팀 전체를 분사시켜 규격업무를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현대 계열 규격컨설팅 업체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대우전자 역시 최근 삼성자동차와의 빅딜 추진으로 다소 유동적이긴 하나 규격을 총괄하는 용인 규격시험소에 대한 분사 형태의 독립을 물밑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태전자도 이미 해외규격시험연구소를 만들어 규격팀을 사실상 독립시켜 자체 물량은 물론 외부 중소기업 수요까지 커버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규격업무의 아웃소싱을 통한 전문성 강화와 대외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규격이 제품개발의 최종 단계로서 무엇보다 정보보호와 기술축적이 요구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적잖은 대외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WTO체제 출범 이후 세계 각국이 규격에 의한 무역장벽화를 적극 꾀하고 있어 수출의 전제조건인 규격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제경쟁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규격팀에 대한 인식이 바닥권』이라며 『구조조정의 태풍 속에서도 규격분야는 연구개발(R&D)과 함께 오히려 지원을 늘려도 시원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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