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신개념 오디오> 톡톡 튀는 디자인 혁신적 기능

 「평범한 것은 싫다. 나만의 개성을 찾고 싶다.」

 20대 전후의 X세대에 이어 13∼18세의 Y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대를 상징하는 이들 X·Y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패션감각이 앞서고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나는 남과 다르다」는 개성주의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90년대들어 부모를 제치고 소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신세대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내용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국제통화기금(IMF)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겨냥한 상품은 상대적으로 불황을 덜 탄다. 뿐만 아니다. 이들의 눈길만 사로잡을 수 있다면 가격에 상관없이 히트상품이 될 수도 있다.

 오디오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맞아 오디오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기존 제품의 틀을 깨고 톡톡 튀는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능으로 무장한 신개념 개인용 오디오는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이미 히트상품 대열에 올라선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신개념 오디오는 단지 디자인과 기능이 새롭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능과 톡톡 튀는 디자인을 채용했다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즉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하되 소비자 입장에서 그들이 상상하고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제대로 감지해 제품에 반영할 때 비로소 신개념 오디오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한때 잘나갔던 국내 오디오산업이 오늘날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진 것은 IMF 한파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도 이유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소위 신개념 오디오라고 내놓은 제품들이 하나같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장식장 안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오디오를 원하지 않는다. 적어도 신세대 소비자들은 그렇다. 요즘 소비자들은 거실에 놓는 가정용 오디오보다는 방에 놓고 혼자서 또는 둘만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크기는 작지만 디자인이 세련되고 음질이 좋은 개인용 오디오를 선호한다. 따라서 개인용 오디오를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자연스럽게 디스플레이하는 데 있어 장식장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달라진 취향을 뒤늦게나마 감지한 오디오업체들이 올들어 스피커 일체형 충전기를 탑재한 헤드폰카세트에서부터 초박형 하이파이 벽걸이 오디오, 그리고 최근들어 붐을 일으키고 있는 휴대형 MP3플레이어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신개념 개인용 오디오를 앞세워 불황탈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신개념 개인용 오디오의 대표주자로는 단연 LG전자의 「아하프리 3탄」을 꼽을 수 있다.

 「밖에선 헤드폰카세트로, 안에선 미니컴포넌트」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한 아하프리 3탄은 20만원대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스피커 일체형 충전기와 슬라이딩 버튼 등 기존 제품에선 볼 수 없던 새로운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이 신세대 소비자에게 어필한 데 힘입어 출시되자마자 날개돋친 듯 팔렸다.

 현재 LG전자는 제2의 아하프리 붐을 일으키기 위해 소비자들의 높아진 욕구와 달라진 취향을 최대한 반영한 「아하프리 4탄」을 이달 중순 이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아하프리 3탄의 콘셉트를 한단계 발전시킨 신개념 개인용 오디오인 「마이마이 윙고」를 출시, 카세트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서의 명예회복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 제품은 CD플레이어와 튜너가 내장돼 있는 본체와 헤드폰카세트로 구성돼 있어 가족 중 한사람이 외출하면서 헤드폰카세트를 들고 나가도 집에 남아있는 나머지 가족들은 CD음악을 감상하거나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어 1대로 2대의 오디오를 구입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오디오업체들은 그동안 헤드폰카세트의 경우 청소년층을 겨냥한 상품이기에 디자인에 많은 변화를 시도했지만 컴포넌트오디오의 경우 디자인보다는 음질향상에 주력해왔다.

 때문에 지금까지 국내 가정에 보급된 오디오는 값싼 마이크로 컴포넌트에서부터 값비싼 하이파이 오디오에 이르기까지 장식장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오디오업체들이 개인용 수요를 겨냥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채용한 신개념 컴포넌트 오디오를 속속 출시, IMF 한파로 침체된 오디오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해태전자가 하이파이급 오디오로는 처음으로 패션과 인테리어 개념을 도입해 개발한 초박형 벽걸이 오디오인 「WA-240」과 데스크톱 타입의 콤팩트 오디오인 「FX2」가 대표적인 모델.

 신개념 하이파이 오디오로 불리는 이들 제품은 데크·튜너·앰프·CD플레이어·MD플레이어 등 비슷한 크기·모양·색상을 지닌 4∼5개의 단품을 장식장에 담은 획일적인 기존 제품과는 달리 마이크로 컴포넌트처럼 하나의 본체와 스피커로 구성돼 있어 크기가 작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을 채용, 공간연출을 자유롭게 한 게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하이파이 오디오답게 고음질·고출력을 실현, 신세대 오디오 마니아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올해 오디오시장에서 스피커 일체형 헤드폰카세트와 초박형 벽걸이 오디오가 돌풍을 일으켰다면 내년엔 신개념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기기인 MP3플레이어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이프나 CD 없이도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해 MP3 음악파일을 내려받아 컴퓨터가 아닌 휴대형 플레이어에 담아 들고 다니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MP3플레이어는 신세대 네티즌들을 단숨에 사로잡으면서 벌써부터 일본·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붐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

 휴대형 MP3플레이어는 국내업체들이 세계 최초로 상품화한 이후 최근들어 전세계 크고 작은 업체들이 이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휴대형 개인용 오디오시장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시장엔 새한정보시스템을 필두로 디지털웨이·BR네트콤·게이트스퀘어·에이맥정보통신 등 전문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들과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상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미국 멀티미디어다이아몬드사가 MP3플레이어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사를 인수, 이 시장에 본격 가세한 것을 계기로 필립스·크리에이티브 등 세계 주요기업들이 국내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시장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며 오스카·메파스·나이암·ETC 등 수많은 해외 벤처기업들도 이 분야에 진출해 나름대로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내년쯤이면 우리나라를 필두로 세계 주요업체들이 이 새로운 신개념 휴대형 오디오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열띤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상품화한 새한정보시스템은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초기모델에 이어 최근엔 플래시메모리와 착탈식 스마트카드를 함께 채용한 제품을 비롯, 2.5인치 대용량 하드디스크와 아이오메가에서 개발한 40MB 용량의 클릭이라는 새로운 착탈식 저장매체를 채택한 제품을 잇따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저장매체를 이용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최근에 상품화된 MP3플레이어를 보면 단순 MP3 음악파일 재생기능 이외에도 다채로운 부가기능을 지니고 있어 신세대 네티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예컨대 새한정보시스템이 선보인 고급형 모델인 「MP-F30」의 경우 내장 마이크를 통해 최대 4시간 분량의 음성을 녹음할 수 있어 휴대형 녹음기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간이 전자수첩기능을 갖추고 있어 1천24명의 전화번호 데이터와 최대 1백만자 분량의 메모정보를 수록, 조회할 수 있다.

 또 디지털웨이가 개발한 「엠피오」는 본체에 디지털 카메라 모듈을 장착, 영상자료를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액정화면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히트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에이맥정보통신이 개발한 「한소리(Hansori)」는 32MB와 64MB 용량의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하고도 각각 10만원과 20만원대의 초저가격을 실현, 기존 제품가격에 불만이 많은 소비자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며 저가경쟁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혁신적인 기능과 톡톡 튀는 디자인을 채용한 신개념 개인용 오디오가 과연 신세대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해 IMF 불황탈출에 한몫을 단단히 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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