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SW산업이 나아갈 길

전하진 (주)한글과컴퓨터 사장

 얼마 전 폐막된 컴덱스쇼에서 느낀 점은 소프트웨어업계의 발전방향이 이제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과 「더욱 쉬워진 인터넷 접근」 등 두 가지로 가닥을 잡아간다는 사실이다.

 정보의 보고(寶庫) 인터넷에는 날이 갈수록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쌓여가고 네티즌들은 그 정보를 재가공하고 활용하는 일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자상거래가 이미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편에서는 정보의 바다에서 어떻게 하면 꼭 필요한 정보만을 건져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신기술·신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음성인식이나 문서인식 기술 역시 더욱 쉬운 맨머신 인터페이스(ManMachine Interface)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쏟아져 나온 모빌 컴퓨터(Mobile Computer)나 핸드 헬드 컴퓨터(Hand Held Computer) 제품군들 역시 언제 어디서든 정보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층을 양산해냈다.

 이처럼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 아래서는 정보의 대가를 지불하는 방법도 다양해질 것이다. 예컨대 정보와 함께 광고를 봐주는 조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요금을 원하는 서비스 항목별로 지불할 수도 있다. 또는 반대급부를 제공해 상계처리를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단지 현실세계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개념이다.

 지금처럼 패키지를 개발하는 데 얼마가 들었으니 이 정도 가격은 돼야 한다는 식의 계산법은 곤란하다. 수억 달러를 들인 영화나 수천만 원으로 제작된 영화나 입장료는 똑같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가격을 산정할 때도 개발비나 마케팅 비용을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다.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입했어도 흥행에 실패할 수 있고 돈을 적게 들인 작품도 독특한 개성으로 인터넷을 공략하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이라면 어떻게 매출규모 1천2백만 달러의 핫메일(Hotmail)사가 4억 달러에 팔릴 수 있었는가, 그리고 박세리 선수가 왜 상금보다 수십, 수백 배 많은 수입을 다른 곳에서 얻게 되는가가 설명이 된다. 소프트웨어산업을 문화산업으로 봐야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소프트웨어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가.

 첫째는 우선 세계적인 스타, 즉 히트작을 만들어내야 한다. 꼭 판매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선 인기있는 스타부터 되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인기를 통해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세계적으로 히트한 소프트웨어 치고 처음부터 제대로 돈 받고 팔린 제품이 과연 몇 개나 될까. 대개의 경우는 프리 카피(Free Copy)로 제공되든가 신개념의 서비스부터 시작해 스타가 되는 데 주력한 제품들이다. 알고보면 아래아한글도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일단 히트작만 되면 돈은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벌 수 있다. 어떤 개성과 특징으로 스타를 만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스타가 된 후엔 M&A라든가 기업상장 등 부가적인 방법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둘째, 이미 스타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유사한 스타는 배출되지 않는다.

 즉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네티즌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가능성은 이제 한국이 아닌 세계적 스타를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에서 찾아야 한다. 따라서 결코 미국의 스타를 흉내내는 일은 없어야 된다. 가장 독특한 것을 가지고 가장 세계적인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스타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또한 돈 없이 되는 일도 아니다. 신제품을 전세계시장에 소개하는 데만도 최소한 1백만 달러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돈으로 10억원 이상의 돈을 예비스타에게 사용할 수 있는 제작자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이것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아닐까 싶다.

 불행하게도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은 스타를 발굴하는 데 맞춰져 있지 않고 많은 기술자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저변확대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실리콘밸리 웨이(The Silicon Valley Way)」의 저자 엘튼 B 셔윈 주니어(Elton B Sherwin Jr)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벤처기업가의 모습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만약 당신이 벤처기업가라면 매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A·B라는 아이템과 매출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C라는 아이템 중 어느 것을 선택해 도전하겠는가.』

 아마 이 질문에 우리나라 정부·학계 관계자나 심지어는 많은 벤처기업가들도 당연히 A·B를 선택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가라면 C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전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없기 때문이고 세계적인 스타가 탄생하지 않고서는 적어도 우리들이 바라는 성공한 소프트웨어 벤처는 요원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하루빨리 보편타당한 지원책에서 벗어나 천재를 발굴하고 그 천재를 세계적인 스타로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얻어진 한 사람의 세계적 스타는 우리나라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벤처기업에 도전할 명분과 의욕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마치 세계적인 스타 박세리 선수가 수많은 젊은이를 골프장으로 내몰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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