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자부의 그룹웨어 보급정책

 행정자치부가 자체 그룹웨어시스템을 전국 관공서로 확대 보급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그룹웨어업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다. 관공서간의 원활한 전자문서 유통을 위해 행자부가 삼성SDS에 위탁 개발하는 그룹웨어시스템을 전국 관공서에 공급하려는 데 맞서 그룹웨어업체들은 이같은 행위가 국내 그룹웨어업계를 고사시키는 처사라며 맞대응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특히 그룹웨어업체들은 행자부의 이번 계획이 특정업체에 힘을 실어 관공서시장에 「무임승차」하게 하는 불공정한 시장개입으로 지적,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행자부는 그래도 전자정부 구현이 시급한 만큼 예정대로 당초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이들의 주장이 각기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쉽게 결말이 나지 않을 전망이며 자칫 소송사태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룹웨어업체들은 행자부가 별다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강력히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문서유통의 표준화를 통해 관공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먼저인지 아니면 고사위기에 처한 국내 그룹웨어업계를 살리는 것이 우선인지 가려야 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어서 속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문제다.

 행자부의 주장대로 전국 관공서를 단일 프로그램으로 구축할 경우 원활한 문서유통이나 관리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라는 점과, 이는 곧 대국민 행정서비스 제고로 이어진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 행자부는 삼성SDS에 위탁 개발할 그룹웨어시스템인 「나라21」을 전 관공서에 무상 또는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혀 국가적으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행자부의 이번 계획은 신속한 전자정부 구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어 긍정적인 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행자부의 계획이 고사위기에 처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한 정부 역할론과 공정한 시장경쟁이란 정부정책의 투명성에 비추어 보면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사안처럼 이미 특정업체를 지정해 놓고 이 회사에 위탁 개발하는 그룹웨어시스템을 전 관공서에 설치하겠다는 것은 행자부의 불공정한 시장개입임에 틀림없다.

 또 이럴 경우 이 업체가 관공서시장을 독점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가뜩이나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규모가 제법 큰 관공서시장을 한 업체에 위탁해서 개발한 솔루션으로 독점하게 한다면 나머지 그룹웨어업체들의 존폐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자부의 계획대로라면 삼성SDS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관공서에 대한 수주영업을 거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그룹웨어업체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컴퓨터 솔루션의 경우 한번 구축하면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어 행자부 계획대로 이 사업이 추진될 경우 앞으로 전국 관공서 전산운영이 이 업체에 의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행자부는 『서로 다른 그룹웨어 제품간에 문서를 유통할 수 있는 표준에 따라 「나라21」을 개발토록 했기 때문에 관공서에서 다른 그룹웨어 제품을 도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행자부의 강력한 후원을 받으며 값도 저렴한 「나라21」을 제쳐두고 다른 그룹웨어를 도입할 경우 감사에 걸리기 때문에 이럴 관공서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행자부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살리면서 향후 벌어질지도 모르는 독점의 폐단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폭넓게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또 전자정부 구현이란 대명제를 앞두고 이번 사태가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서둘러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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