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연, 전기 형식승인 기관에 외국업체 포함 반대 여론에 "딜레마"

 내년 1월부터 「전기안전시험」이 새로 추가되는 「전기통신기자재 형식승인」과 관련, 정부 지정시험기관에 외국 인증기관의 포함 여부를 놓고 국내외 관련기관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0일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유선통신기기 형식승인 관련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정보통신부 산하 전파연구소가 지난달 신규 전기안전 시험기관 지정 신청을 받으면서 노르웨이 규격인증기관인 넴코의 한국법인인 「넴코KES」가 신청서를 제출, 불거져나온 외국 인증기관의 참여문제가 국내 관련기관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면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인증기관 관계자들은 『외국 인증기관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시대적 조류라고 하지만 현재 국제적으로도 품질 적합성 평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상호 인증협정(MRA)이 한창 진행되고 있고 현재 정보통신기기는 엄연히 정부가 주관하는 국가인증인데 외국 기관에까지 미리부터 개방할 이유가 없다』며 『굳이 외국 인증기관을 포함하려면 최소한 MRA 체결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전기통신기자재 형식승인 시험기관 지정에 외국기관을 참여시킬 경우 현재 여러 정부부처로 나뉘어 시행되고 있는 국내 모든 형식검정 및 등록과 연계된 모든 시험기관 지정에도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외국 인증기관의 국내법인 관계자들은 『개방화·세계화라는 시대적 조류에 따라 시험기관의 개방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외국기관에도 지정 시험기관을 개방하는 것은 국내 제조업체 및 시험기관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선진국 수준의 품질인증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적잖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당초 국내외 기관에 상관없이 국제수준에 맞는 시험능력을 갖고 있는 기관에 참여를 허용할 방침이었던 전파연구소는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양측의 주장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어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졌다.

 전파연구소 최명선 소장은 『외국기관이라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지정을 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험기관이나 제조업체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다자간 MRA도 걸려 있고 국내 시험기관이 위축되는 문제도 있어 고심하고 있다』며 『당장 내년 1월부터 안전시험이 새로 시작되는 만큼 정통부와 협의해 가급적이면 이른 시일 내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규격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관은 시험과 인증을 모두 커버하는 기관으로 국내 단순 시험 및 서비스기관과는 성격이 다르며 국내 진출한 것도 국내 제조업체들의 해외규격서비스에 있다는 점에서 정부 위탁업무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은 정부도 보다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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