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잡힌 "빅딜" 전자산업 밑그림 어떻게 바뀔까.. 가전산업 "빅2"

 정·재계 회의에서 5대그룹간 구조조정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국내 전자산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우선 가장 커다란 변화로 예상되는 것은 삼성·LG·대우·현대 등 전자 4사체제에서 대우가 빠진 3사체제로 굳어질 전망이고 이들 3사간에도 주력분야가 각각 달라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대우전자를 합병함으로써 TV·VCR 등 주요 가전부문에서 세계 최대생산업체로 부상하면서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판도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5대그룹간 빅딜은 어쨌든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전자산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이번 빅딜로 삼성전자가 대우전자를 인수하게 됨으로써 삼성전자는 명실공히 국내 가전산업부문을 대표하는 거대기업으로 발돋움 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전부문에서 4조5천4백54억원(수출포함), 대우전자는 3조8천5백77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따라서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볼 때 빅딜을 통해 삼성전자가 대우전자를 인수할 경우 외형만 8조4천31억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대우전자와 함께 그동안 국내 가전산업의 또 한축을 담당해온 LG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4조1천4백77억원. 따라서 이번 빅딜을 통해 외형상으로만 본다면 삼성전자는 10여년간 국내 가전산업의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LG전자를 배 이상 앞섬으로써 국내 가전산업을 완전히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석에 상당한 회의감을 내보이고 있다. 빅딜을 통한 삼성전자와 대우전자의 결합이 수치에서 나타난 것처럼 곧바로 외형확대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전사업부문을 한계기업으로 규정해 빅딜발표 전까지 추진해오던 중장기사업계획을 통해 가전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이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빅딜 발표 직전에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광주공장을 분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이같은 삼성전자의 계획은 빅딜이라는 더 큰 과제에 밀려 현재는 중단된 상태지만 삼성전자가 가전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내 가전산업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따라서 이번 대우전자 인수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가전사업에 대해 다시 의욕을 갖고 본격적으로 사업육성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전자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은 반도체나 정보통신부문에 한정된 것이며 가전사업은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문과 빅딜을 통해 인수하는 대우전자를 합쳐 별도의 회사로 독립시키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별도의 가전전문업체을 설립함으로써 삼성전자는 당초 구상대로 반도체와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양사의 유통망 및 애프터서비스망 중복 및 인력고용조정 등 인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국내 가전산업은 삼성전자와 대우전자의 합병기업과 LG전자의 양대구도로 좁혀져 새로 등장한 거대기업에 LG전자가 힘겹게 도전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렇지만 LG전자는 이번 빅딜이 오히려 가전사업부문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우전자의 결합이 곧바로 매출의 결합으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합병에 따른 후유증으로 당분간 공백기간이 발생해 LG전자가 운신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무튼 가전부문에서는 삼성과 대우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2000년에 가야 구조조정에 따른 시장구도가 드러날 전망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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