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식
◇80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82년 서울대 공과대학원 금속공학과 석사
◇86년 삼성종합기술원 입사
◇96년∼현재 삼성전자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HD DVD 기술 개발 담당
지난 96년 말 선보이기 시작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 Digital Versatile Disk)는 CD와 같은 크기인 직경 12㎝의 디스크로 저장용량이 4.7GB에 달하는 다용도 광디스크다. 이 저장용량은 현행 CD롬의 7배, 컴퓨터용 3.5인치 플로피디스크의 약 3천2백배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양이다. 영화를 수록한 DVD 비디오(Video), 사진·게임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담고 있는 DVD 롬(ROM), 현행 CD보다 훨씬 고음질의 음악을 담고 있는 DVD 오디오(Audio) 등 재생만 가능한 DVD 외에도 한번만 기록 가능한 DVD R, 여러 번 기록이 가능한 DVD RW(Rewritable) 및 DVD RAM(Random Access Memory) 등이 발표되면서 그 응용 범위가 넓혀지고 있다.
DVD시장은 현재까지 DVD 비디오와 DVD 롬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할리우드에서 DVD 영화(DVD 비디오) 보급 노력으로 볼거리가 많아짐에 따라 미국시장은 급속히 커지고 있고, 또 일본·유럽 등 선진국 시장도 점차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컴퓨터업계에서는 현재 채용하고 있는 CD롬 대신 성능이 월등한 DVD 롬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DVD 롬 시장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들은 올 연말까지 전세계적으로 DVD 비디오플레이어(Video Player) 2백만대, DVD 롬 1천만장, DVD 비디오 영화타이틀 2천종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00년에는 DVD 비디오플레이어 8백만대, DVD 롬 4천만장, DVD 비디오 디스크 6천만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0년에는 오디오 CD·비디오 CD·CD롬 등 기존 CD계 광디스크에서 DVD 비디오·DVD 롬 등 DVD계로 시장 중심이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용 DVD의 기본 설계기술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점차 양산 제조기술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 성장의 관건은 가격 경쟁력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규격에 반영된 기본특허가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최근 인터넷에 DVD 기본특허료에 대해 게재되기도 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특허료가 상당히 비싸다는 것만은 틀림없을 듯하다. 따라서 기본특허가 없는 메이커들은 큰 핸디캡을 안고 시장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록용 DVD의 경우 현재 규격화가 진행중이다. 국내 업체들도 이 규격화에 참여해 규격제안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기록용 DVD인 DVD RAM은 올해 2.6GB 용량 제품이 시장에 도입됐다. 내년 말께부터 4.7GB DVD RAM이나 DVD RW 등의 제품이 등장, 2000년부터는 컴퓨터에 내장될 것으로 보인다. 또 광디스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임의접근(Random Access) 특성으로 인해 오디오 분야에서 음악용 테이프 대신 CD나 미니디스크(MD)로 대체되는 것처럼 비디오 분야에서도 2000년 이후 DVD 비디오 리코더나 DVD 캠코더 등이 등장하면 현재 테이프를 사용하는 기기들을 대체해 나가기 시작, 본격적인 광디스크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HD DVD란 고밀도(High Density)·고선명(High Definition)의 차세대 DVD다. 선진 업체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DVD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대용량 광기록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DVD의 경우 기존 방송에 적합하도록 화질 수준 및 기억용량 등의 사양을 결정했으나 향후 고선명(HD)TV 시대에는 보다 고화질·대용량의 광기록기술이 필요하게 되므로 이를 위한 기술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DVD보다 고화질 비디오와 DVD 수준의 오디오를 1백33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인 15GB, 즉 DVD의 3.2배의 용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대용량을 달성하기 위해 크게 3가지 기술과제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첫째, HD DVD의 핵심이 되는 부품기술로 청색 반도체 레이저기술이다. 용량을 증가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단파장화를 위해서 기존 DVD가 6백50㎚의 파장을 갖는 적색 레이저를 표준으로 사용하는 데 반해 HD DVD에는 파장 4백10㎚인 청색 레이저를 사용한다. 이로 인해 DVD 대비 2.5배의 용량 증가 효과가 있다. 현재 청색 레이저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업체인 일본 日亞화학(Nichia Chemical)은 올 연말 샘플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그외에도 약 10여개 업체 및 연구소가 청색 광원을 개발중이나 현재까지 상온 연속발진에 성공한 곳은 3개사뿐으로 실용화까지는 아직 기술적으로 많은 난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요한 기술은 디스크 기록기술로 여기에는 원판기록기술과 상변화 기록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CD나 DVD와 마찬가지로 HD DVD 디스크도 원판을 만든 뒤 이를 사출해 대량 복제함으로써 디스크 기판의 제조원가를 낮추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때 고정도의 광기록장치를 사용해 원판을 만드는데 디스크 상에 피트(Pit)라고 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기술이 원판기록기술이다. 현재 DVD는 최소 피트 길이가 0.4㎛, 피트 폭이 0.25㎛, 피트 열간 거리(Track Pitch)가 0.74㎛인 데 반해 15GB급 HD DVD로 되면 최소 피트 길이가 0.2∼0.25㎛, 피트 폭 0.20㎛ 이하, 트랙 피치 0.4㎛ 내외가 돼야 하므로 아주 미세한 형상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상변화 기록기술은 DVD RAM이나 DVD RW에서 사용한 상변화 기술을 청색파장에 맞도록 반복기록이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트랙 피치가 좁아지므로 기록중 인접한 트랙에 이미 기록된 정보가 레이저 열로 인해 지워지는 현상(Cross Erase)이 쉽게 발생하므로 이 열을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15GB급 원판기록기술은 올해 파이어니어와 소니가 논문으로 발표했고 또 청색 레이저 대응의 상변화 기록기술은 지난해 마쓰시타가 발표한 바 있다.
셋째, 고밀도로 기록되어 있는 신호를 재생하는 기술이다. 파장이 짧아짐에 따라 광검출기의 감도가 떨어지고 광학적인 노이즈인 수차가 발생할 뿐 아니라 밀도가 높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재생신호의 품질이 떨어져 기록된 정보데이터를 정확히 재생해 내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서버기술이나 데이터 검출에러를 줄이기 위한 신호처리기술, 트랙간 거리가 좁아짐에 따른 인접 트랙간 신호간섭(Crosstalk) 처리기술 등이 논문으로 발표되고 있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파이어니어가 가장 활발히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외에도 용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제안되고 있다. 특히 수년간 연구되어 오던 근접장(Near Field) 기록방식에서 SIL(Solid Immersion Lens)을 이용하는 새로운 기술원리가 작년에 미국에서 발표되고 이를 이용한 사업화 계획이 미국 벤처기업에 의해 발표된 이후 세계적으로 근접장 기록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광학적인 초점 심도보다 가까운 거리(0.1㎛ 이하)를 두고 기록재생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디스크를 넣고 빼는 형태의 제품에서는 크기가 1백㎛ 정도인 먼지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큰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HDD와 같은 디스크 착탈이 없는 제품에는 보다 쉽게 용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DVD 규격화가 내년 중 끝나고 또한 이같은 기술들의 상용화 가능성이 확인되면 21세기 멀티미디어 환경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그 중심기기인 HD DVD의 필요성과 기본 개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HD DVD 규격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DVD 비디오나 DVD 롬을 규격화할 때 국내 업체들은 규격화 작업에 참여하지 못해 특허료 측면에서 선진 업체와 불리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96년부터 공업기반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디지털 VDR(Video Disk Recorder) 기술개발 과제에 착수, 청색광원 개발을 포함한 총 8개의 세부기술에 대해 향후 DVD 이후를 대비한 기술을 선행해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기술·광 픽업기술·정밀 데크기술·고밀도 기록매체기술·고밀도 기록재생기술·디지털 신호처리기술·제어기술·시스템기술 등의 8개 기술분야로 나눠 산학연 공동으로 개발이 진행되며 총 5년간 2단계의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1단계는 기존 기술을 선진 업체와 동등한 시기에 확보하는 단계로 기존 DVD와 동일한 적색 레이저를 사용한 용량 4.7GB 디지털 VDR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2단계에서는 청색 레이저를 사용한 디지털 VDR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차세대 HD DVD를 위한 요소기술 및 규격관련 기술을 확보함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1단계 기술개발이 진행돼 기술분야별로 개발이 완료되어 내년에는 이들을 통합한 시스템을 구현해 기술개발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2단계 목표 사양도 결정할 예정이다.
먼저 청색 반도체 레이저기술에 있어서는 CaN계 재료를 사용해 내년에는 상온 연속발진을 이루기 위해 연구중이다. 원판기록기술에 있어서는 현재 4백10㎚대의 청색 레이저를 사용하여 트랙 피치를 0.6㎛까지 되게 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며, 이를 0.4㎛ 이하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파장이 3백51㎚(자외선) 또는 그 이하의 단파장 원판기록장치(Laser Beam Recorder)가 필요하나 아직 국내에는 이 장치가 없어 현재 대응책을 마련중에 있다. 또 상변화 기록기술은 DVD용으로 개발중에 있으며 이를 청색파장에 맞추어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고밀도재생을 위해서는 변복조방식·에러정정방식·고효율 신호검출방식·정밀 제어기술 등 고밀도 재생기술에 대해 세부과제별로 해결방법을 연구중에 있다.이외에도 해외 학회에서 활발한 논문발표 활동을 수행중에 있다. 매년 약 20편 이상의 논문을 해외 학회에서 발표하고 있으며, 최근 주목받는 기술인 근접장 기록기술에 있어서도 당사에서 발표한 SIM(Solid Immersion Mirror)방식은 SIL방식보다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등 국내의 기술수준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한편 국내의 규격화 관련 활동은 작년부터 참가한 DVD 포럼 산하 여러 실무위원회(WG)에서 기술제안 및 토의를 통한 표준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또 ISO 산하의 SC23 내에 광디스크 관련 실무위원회(WG2)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등 국제 규격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HD DVD와 관련해서는 아직 규격화 움직임은 없으나 앞에서 언급한 요소기술의 성능이 완료되는 시점부터는 규격화에 착수하게 될 것이다. 이때 국내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규격화 논의에 참여하고자 공업기반기술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IMF체제 하여서 기술개발 투자가 많이 위축되어 있으나, HD DVD와 같이 21세기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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