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부터 한국통신과 DSM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그랜드 컨소시엄 형태의 위성방송사업자 구성논의가 양 사업자간 큰 의견차이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국통신과 DSM측은 국내 방송시장의 규모와 향후 본격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매체 다채널 환경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2개 이상의 위성방송사업자가 과당경쟁을 펼칠 경우 위성방송사업자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원칙에는 대체적으로 합의하고 있다.
그러나 양 사업자가 무궁화위성과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의 활용방식과 위성방송사업자 주도권을 놓고 의견차이를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 단일 컨소시엄 구성이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 5일 이틀간 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 위성방송의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도 한국통신과 DSM측은 각각 국적 위성인 무궁화위성을 위주로 위성방송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궁화위성과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을 통합해 위성방송사업을 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쳐 종전의 입장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통신측은 현재 위성방송사업 통합방안을 3가지 정도로 상정하고 있다. △단일 위성방송사업자가 무궁화위성과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을 통합해 위성방송사업과 위성플랫폼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 △무궁화위성을 이용하는 제1위성방송사업자와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을 이용하는 제2위성방송사업자를 별도로 구성하되 가입자 관리 등 플랫폼 사업기능만 통합하는 방안 △국적 위성인 무궁화위성을 중심으로 위성방송 및 플랫폼사업을 추진한 후 시장여건을 고려해 2∼3년 뒤 추가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 등 3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통신측은 이 가운데 3번째 안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다수의 사업 희망자가 참여하는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 소유와 경영의 분리, 프로그램 공급분야의 자율적인 경쟁 유도 등의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을 활용해 2000년 3월부터 본방송을 준비중인 DSM측은 국내 시장규모, 프로그램 수급현황, 케이블TV 환경 등을 감안할 때 단일 사업자가 무궁화위성과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을 통합해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한국통신보다 위성방송사업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고 내년 3월 발사 예정인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에 8천9백만달러를 투자, 영구 사용권을 확보한 이상, 국적·비국적 위성에 관한 논란은 현재로선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DSM측은 내년 하반기부터 위성방송 시험서비스에 들어간다는 계획 아래 현재 컨소시엄 구성작업을 활발하게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양 사업자가 위성방송사업의 주도권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데다 정통부 역시 아직까지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작업은 당초 예상과 달리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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