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정·재계 간담회를 계기로 그동안 5대그룹 구조조정작업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모든 쟁점들이 완전 타결됐다.
이번 합의는 무엇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벗어나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해온 산업구조개편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는데 의미가 있다. 또 외국투자가들로부터 신뢰회복은 물론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에도 상당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위기로부터 비롯된 경제난의 극복과 향후 건실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구조조정의 틀을 마련하는 작업을 일단락 지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5대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는 단기적인 위기극복의 최대 관건이었던 국가신용등급의 투자적격으로의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5대그룹은 지난 40년간 지속해온 선단식 경영에 종지부를 찍고 핵심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게 됨에 따라 산업구조에도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대그룹은 이번 간담회에서 3∼5개 주력업종 중심으로 계열사를 재편하고 한계 계열사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재벌구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각 그룹은 계열사 수를 50∼70%까지 감축, 그룹당 10∼25개로 줄이고 반도체 등 7개 사업구조조정 대상업종은 연말까지 신설법인 설립계획 등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현대는 자동차·건설·전자·중화학·금융/서비스업종을 핵심업종으로 육성하되 형제간 분할에 따른 계열사의 분리 독립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부문을 독립, 소그룹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은 전자·금융·무역/서비스업을 핵심업종으로 육성하고 계열사를 현재 65개에서 40개로 축소하고 대우그룹은 자동차·중공업(조선)·무역/건설·금융/서비스업종을 핵심업종으로 계열사를 현재 41개에서 10개로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LG는 화학/에너지·전자/통신·서비스·금융업종을 핵심으로 계열사를 53개에서 30개로 축소하고 SK는 에너지·정보통신·건설·물류 등을 주력업종으로 계열사를 42개에서 20개 내외로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도 『일부 그룹은 사실상 재벌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계열사가 정리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 재벌구도의 변화 폭을 짐작할 수 있다. 이헌재 금감위원장도 향후 재벌그룹의 모습에 대해 『현행법상 순수 지주회사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미국의 GE나 휴렛패커드·IBM 등과 같이 다양한 사업부문을 가진 기업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맞교환을 포함한 7개 업종의 빅딜로 대부분 주요 업종은 2∼3개사 체제로 재편이 불가피, 산업지도마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현대와 LG반도체의 통합이 경영주체 선정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으며 외부평가기관으로 선정된 ADL사도 가닥을 잡지 못한 가운데 올해안으로 경영주체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자·정보통신산업에서 커다란 축을 담당해왔던 대우가 전자사업부문을 삼성 측으로 넘김에 따라 전자산업에도 커다란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사업 맞교환 및 축소 등을 포함한 5대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의 확정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고용문제를 야기, 이른 시일내에 해결해야만 하는 현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각 그룹이 주력업종을 제외한 한계기업을 과감히 정리할 계획이고, 삼성자동차-대우전자와 같은 빅딜 과정에서 대량감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 5대그룹이 대외적으로 밝히고 있는 고용인원은 현대가 18만명, 삼성이 15만명, 대우가 11만명, LG가 12만명, SK가 2만2천명 등 총 58만2천명선으로 이중 20%이상인 11만8천∼17만6천명이상이 조정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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