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고가 가전

 『아무리 IMF상황이지만 올해처럼 급속한 수요위축은 전례없는 일입니다.』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난해에 비해 무려 절반 정도로 위축된 가전제품 수요감소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한파를 겪었던 전자업계 마케팅부서 실무자들의 솔직한 토로다.

 수출시장 역시 내수보다는 형편이 좀 나은 상황이지만 해외 주력시장의 경기침체로 인해 당초 기대에는 크게 못미친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자업체마다 연말을 앞두고 내년도 사업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름대로 위안이기는 하다. 마케팅 관계자들은 아무리 IMF상황이라지만 가전 내수경기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진 것은 가전제품이 소비재이면서도 내구성을 지녔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TV·VCR·오디오·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 내구연한이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이기 때문에 신혼부부들이 혼수품을 장만하기 위해서가 아니면 반드시 구입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혼수시장을 보면 가전제품의 경기침체 현상은 가히 살인적이다. 이 분야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IMF상황 때문인지 결혼마저도 연기하거나 기피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고, 혼수품도 최대한 줄여서 장만하거나 중고품을 선호하는 풍조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혀를 내두른다. 대형 유통점 가전매장 직원에 따르면 예전 같으면 혼수 가전품은 대형제품이 주도했으나 올 들어 크기도 줄고 가격도 낮춘 실속형 제품만이 겨우 매기가 살아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들어 가전업체마다 양문여닫이형 냉장고라든지 평면TV 등 고품질·고가격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이들 고가제품이 날개 돋힌 듯 팔리는 품귀현상마저 일고 있다고 한다.

 IMF상황에서도 고가 가전제품을 위주로 매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니 가뜩이나 수요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전업계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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