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우리 사회는 낭비를 줄이고 가진 것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전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4분의1이 무선통신을 이용하는 우리 사회에서 전파는 자원인 것이다. 전파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국제경쟁력과 직결된다.
최근 정보통신부는 전파관련 각종 법령의 폐지와 개정을 골자로 하는 규제완화 방침을 확정하였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규제개혁」의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동안 정통부가 전파관리 분야에서 보여준 꾸준한 규제개선의 한 맥락에서 이를 바라보고 싶다. 왜냐하면 이번 규제완화는 다른 분야에서처럼 규제의 당사자이자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공공기관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혁의 대상은 일반 이용자들이라고 보는 것이 낫다.
규제완화 방침이 나올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 부처가 좀더 행동을 빨리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파관리 분야의 규제완화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규제완화의 속도는 전파 이용자들이 전파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성숙한 자세를 얼마나 빨리 갖추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예컨대 이동전화용 단말기마다 일일이 검사를 하지 않아도 불량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검사를 안한다고 단말기를 엉망으로 만들게 되면 그 이용자 하나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단말기뿐 아니라 이동통신용 기지국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이 때문에 누구나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이제 책임은 전파관리 당국이 아닌 이용자들에게 있다.
이번 규제완화에서는 무선기기에 대한 검인증제도를 개선, 제조업체의 형식등록 기기에 대한 품질보증의무제도를 폐지하고 전자파적합등록 면제대상기기를 확대했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제도가 규제완화의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의 규제완화가 앞서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무선기기의 제작사 또는 판매자가 형식승인 기기에 대해서 엄격한 품질보증의무를 갖는다는 조항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무선국 이용자에 대한 규제완화와 관련, 무선설비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무선설비의 임대, 위탁운용 및 공동사용 승인 신청시 첨부서류를 대폭 폐지한 것이라든가 시계 등 무선국에 비치해야 할 목록을 폐지한 것, 무선국에 배치해야 할 무선종사자를 인명안전과 관련한 무선국을 제외하고는 대폭 완화한 것 등은 자가통신용 무선국 운용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업용 무선국 운용자 모두에게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금번 규제완화는 전파 이용자들의 자율적 규제와 노력에 의해서 더욱 나은 전파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하겠다.
국민의 4분의1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가정마다 향유하고 있는 무선통신은 이제 하나의 전파이용문화 속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그 문화의 올바른 창달을 위한 기초가 이번 규제완화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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