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신입사원 면접 신풍속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각 유력신문의 광고란에는 신입사원 채용에 관한 광고가 나곤 했다. 마치 그것이 각 그룹의 사세 대결장이나 되는 것처럼 우리 회사는 몇 천명 모집한다고 신문의 큰 면을 장식했다. 이러한 예년의 행사는 금년에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금년만이 아니고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필요 이상의 인원을 줄이고 사업성이 없는 부서는 없애거나 매각하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투자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킬 뿐만 아니라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대단위 회사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회사운영 방식도 최근 급속하게 사업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형태의 기업구조가 정착하게 되면 앞으로 그룹 차원의 대규모 채용은 어려워질 것이며 대부분 사업부별로 신입사원 채용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소규모 인력을 이러한 방법으로 수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채용 방법이 정착되면 피채용자의 자격요건도 많이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많이 채용할 때에는 대부분 「출신학교」와 「학교성적」이 당락을 좌우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피상적이고 업무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요인은 고려 대상에서 거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대신 면접관은 응시자가 사업에 바로 투입되어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가에 주로 관심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어느 학교 출신이냐보다는 사업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가에 면접의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CPU나 홈페이지를 설계할 수 있는가』 등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질문의 답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은 이러한 노동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취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만약 면접관이 『어떤 능력이 있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아, 예, 저는 XX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고 대답한다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또 면접관이 『ASIC 설계를 할 수 있습니까』하고 한번 더 물을 때에도 『아, 네, 저는 지금은 바로 원하시는 것은 할 수 없지만 열심히 배워서 원하시는 일에 공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대답한다면 합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면접관은 십중팔구 웃으면서 『그래요, 그럼 다른 회사에 가서 열심히 배우도록 해보시지요. 저희는 ASIC을 바로 하실 분이 필요합니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은 물론 가상상황이지만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신입사원 면접 신풍속도」이다.

 현재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은 우선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의 기준이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평소에 실력을 연마해야 할 것이다.

 학교공부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몇 가지는 분명히 갖추어야 한다.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는 정도의 어학실력과 특정한 한두 분야의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만 한다면 앞으로 취업상황이 아무리 어려워지더라도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김석기 고려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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