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선명(HD) 디지털TV 방송이 시작되면서 방송개시 때까지만 하더라도 신생아나 다름없는 HDTV 시판에 머뭇거리던 모습을 보이던 세계 굴지의 가전업체들이 하나 둘씩 판매전에 가세, 서서히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HDTV는 모두 10종.
업체별로는 소니와 도시바·마쓰시타가 2종을 시판하고 있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샤프·파이어니어·미쓰비시가 각각 1종을 선보였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55인치 프로젝션방식의 일체형 제품을 7천9백99달러에 시판중이다.
샤프도 64인치 프로젝션방식의 일체형 제품을 판매중인데 가격은 화면 크기가 큰 만큼 9천4백95달러에 달한다.
소니는 같은 일체형이면서도 프로젝션방식이 아닌 브라운관방식의 제품을 내놓았다. DRC라는 독특한 신호처리기술과 완전평면을 채택한 이 제품은 36인치 크기에 8천9백99달러에 팔리고 있다.
소니는 또 분리형 수신기(IRD)도 시판중인데 가격은 1천5백99달러다.
분리형 IRD는 HDTV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세트톱박스로 기존의 아날로그 컬러TV나 분리형 수상기에 연결시켜 HDTV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IRD는 기존의 아날로그 컬러TV에 연결시킬 경우에는 HDTV방송 자체만을 시청할 수 있을 뿐 HDTV의 고화질을 즐길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따라서 업체들은 IRD와 연결해 고화질을 만끽할 수 있는 분리형 수상기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분리형 수상기는 기존 아날로그 TV방송을 시청할 수 있으면서도 IRD를 연결시키면 고화질의 HDTV방송도 만끽할 수 있는 과도기 제품이다.
따라서 업체들은 대부분 분리형 IRD와 분리형 수상기를 동시에 팔고 있다.
도시바는 1천9백99달러의 분리형 IRD와 함께 분리형 수상기도 판매하고 있는데 65인치 프로젝션방식으로 가격은 7천2백99달러.
마쓰시타도 IRD와 수상기를 같이 판매하고 있는데 IRD는 1천7백 달러에, 수상기는 56인치 크기의 프로젝션방식을 채용해 5천9백99달러에 시판하고 있다.
파이어니어는 아직 IRD를 내놓지는 못하고 분리형 수상기만 판매하고 있다. 파이어니어의 분리형 수상기는 70인치 프로젝션 방식으로 가격은 7천 달러다.
이에 비해 미쓰비시는 분리형 IRD만 시판중인데 가격은 3천 달러.
HDTV 초반 판매전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특징은 일본업체들은 대부분 일체형보다 분리형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와 아직 시판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톰슨·필립스 등은 일체형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일본업체들이 분리형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아날로그 컬러TV의 아성을 HDTV로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HDTV 고화질과 아날로그 컬러TV를 동시에 구현한 분리형 수상기는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업체들이 초반에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자 기존 아날로그 TV시장을 최대한 연장시키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HDTV가 아날로그TV와는 전혀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일체형에 주력하고 있으며 톰슨·필립스 등 디스플레이분야에서 기술이 달리는 다른 업체들은 분리형수상기를 별도로 개발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일체형에 주력하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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