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지금 어려운 경제여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대학내 벤처창업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대학내 벤처창업을 육성하면 교과과정이 실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지역별로 분산되어 있는 대학들의 특성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또한 박사학위 소지자의 80% 이상이 배치돼 있는 대학내 우수 인력을 활용할 수 있으며 산업에 필요한 유능한 인력을 배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부에서는 대학내에 창업지원센터를 설치해 시설설비나 운영비를 일부 지원해 주고 있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공약사업의 하나로 1만개 이상의 벤처창업 발굴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대학내의 약 1만개 실험실을 통해 1실험실 1창업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실험실내의 공장등록도 추진중에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들이 벤처창업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우리나라의 대학교수들은 향후 3∼5년 이상의 앞선 기술을 내다보고 연구에 전념해야만 유능한 교수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은 교수들에 대해 매년 연구업적을 평가하여 재임용이나 승진에 적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국내외의 유명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논문의 업적은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실용적인 특허나 소프트웨어의 등록과 같은 지적소유권 업적은 거의 인정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교수들을 통해 대학내 벤처창업을 적극 육성하려면 교수들의 연구논문 업적과 함께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지적소유권의 결과를 업적으로 높게 인정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대학이 시설부족으로 벤처창업을 위해 대학내의 건물이나 시설물을 선뜻 제공할 수가 없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 전공실험실은 인접 전공실험실과 공동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대학원 연구생들이 거주할 공간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실험실 환경에 대해 벤처창업을 위한 공장등록을 허용한다거나 1실험실 1창업을 창출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구호성 법안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는 벤처창업에 뜻이 있는 대학들이 토지나 시설을 제공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학내에 벤처창업건물 건축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로 해결 가능하다.
세번째로 벤처창업에는 능력과 추진력을 갖춘 인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수들은 교수가 받는 월급보다 교수의 직함에 더 만족한다. 아무리 벤처창업에 높은 비중을 두는 교수라고 해도 교수직함을 버리고 창업에만 전념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대학교수는 자신의 전공기술 분야에 대해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술을 사업화하는 쪽으로는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따라서 교수가 벤처창업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유능한 제자를 발굴하여 벤처창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벤처창업의 지원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창업아이템 개발에서부터 시작품 개발까지를 대학에서 해결하고, 상품화·기업화·공장화 등의 단계는 창투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외부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서로의 역할에 알맞은 전문성이 응집되었을 때야말로 벤처창업에 거는 기대가 바로 성공으로 연결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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