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사태 이후 장기적인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반도체 장비시장이 반도체 소자시장의 회복 움직임에 힘입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LG반도체·현대전자 등 국내 반도체 3사가 그동안 연기해 온 국내 및 해외 공장에 대한 설비투자를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 재개하기로 잠정 결정, 실무검토작업에 착수함으로써 올해 들어 고사상태에 빠져 있던 반도체 장비시장이 서서히 회복될 전망이다.
이처럼 반도체 3사가 1년 가까이 자제해온 설비투자를 재개키로 한 것은 지난 3년간 폭락세를 보여온 D램 가격이 최근 반등세로 전환되고 있는 데다 해외 경쟁사들이 올 들어 잇따라 D램 생산라인을 축소 또는 철수하면서 99년 말 이후 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이중용 구매담당 이사는 『삼성전자의 내년도 반도체 설비 투자액은 최소한 올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제, 『차질없는 제품 공급을 위해서는 국내 장비업체들도 준비작업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특히 최근 미국 오스틴 반도체공장의 64MD램 생산설비 증설 및 초정밀 라인 보강을 위해 총 2억5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확정, 국내 장비업체들과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반도체와 현대전자도 반도체사업 부문의 빅딜 협상 추진과는 별도로 웨일스 및 스코틀랜드 공장에 대한 반도체 설비투자를 내년부터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조립장비 분야에서도 아남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패키지 전문 자회사인 칩팩이 마이크로 BGA 등 초박막 초소형 반도체 패키지(CSP:Chip Scale Package)의 수요 증가에 대응, 최근 관련 조립설비의 확충 및 보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의 회복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반도체제조장비·재료협회(SEMI)가 반도체업체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장비 구입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융자회사의 설립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반도체업계의 설비투자가 내년부터는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년간 계속 하락추세를 보이던 북미지역 반도체 장비시장의 수주 대 출하(BB)율이 지난 9월만 해도 사상 최저치인 0.57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10월 들어서는 0.73 수준을 회복,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 국내 소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이 내년부터는 0.18 미크론 공정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전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설비투자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가 조사한 국내 반도체업계의 내년도 설비투자 예상 규모는 올해보다 25% 가량 증가한 17억 달러 정도이며 세계적인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도 내년도 한국지역 반도체 설비투자가 전년대비 33%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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