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인다> 방사성 동위원소

 최근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도난사건이 잇따라 발생, 큰 사회문제로 비화됐던 적이 있다. 이달초 서울 원자력병원 방사성 동위원소 도난사건에 이어 지난 13일 부산에 있는 비파괴검사업체인 아이택도 주차장에서 방사성 원소 이리듐(Ir-192)이 든 감마선 조사기를 도난당했다.

 이번에 도난 소동을 빚었던 조사기에 함유된 방사성 동위원소는 납으로 포장돼 있어 쉽게 분해되지 않지만 일단 인체에 노출되면 백혈구를 감소시키고 유전자를 파괴하는 등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다행스럽게도 도난당했던 조사기는 곧 주차장 주인이 건물에서 10m쯤 떨어진 곳에서 발견,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큰 피해 없이 끝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사선과 방사성 동위원소는 무엇이며 암치료와 비파괴 검사에 이러한 물질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우선 방사성 동위원소란 압력, 온도, 화학적 처리 등 외부에서 가하는 조건에 관계없이 원자핵이 스스로 방사선을 방출, 다른 종류의 원자핵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자연계에 산재돼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우라늄·토륨·라듐 등 70여종에 달한다.

 방사선·방사성 동위원소는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적당한 양을 사용하면 암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방사선은 물체를 파괴하지 않고 물체의 내부 상태를 촬영하는 비파괴검사(Radiography) 수단으로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암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건전한 세포가 어떤 원인으로 이상세포로 변하고 그것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병을 의미한다. 암은 또 수술하더라도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완치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암세포에 방사선을 쪼이면 세포가 회복되지 못할 정도의 손상되는데 특히 빠른 속도로 분열하는 암세포는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암은 보통 건강한 조직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적당한 양의 방사선을 쬐면 암세포만 죽고 보통 세포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현상을 적절히 이용해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파괴하면 궁극적으로 암을 정복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방사선을 내는 선원(線源)으로 약한 엑스선 외에 아주 비싼 라듐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방사선의 성질도 충분히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원자력으로 강력한 방사선(감마선)을 내는 코발트60 등을 비교적 값싸게 제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암 치료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방사선과 방사성 동위원소는 또 물체를 파괴하지 않고 물체의 내부 상태를 촬영하는 비파괴검사 등 산업현장에서도 최근 널리 활용되고 있다.

 비파괴검사는 그동안 자기나 초음파를 이용하는 방법이 널리 활용돼왔지만 최근 방사선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방사선으로 비파괴검사를 하는 원리는 우리가 병원에서 엑스선 사진을 찍던 것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즉, 주물이나 용접된 부분에 구멍이나 균열 등의 결함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완전한 부분에 비해 방사선이 잘 통과되기 때문에 그 물체 뒤에 부착해 놓은 필름을 현상하면 주물이나 용접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 수리, 복원과 분석에도 방사선과 방사성 동위원소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발굴되는 청동기 이전 문화재 등은 대부분 방사성 동위원소 사진으로 정확한 제작연도를 추정하고 있다.

 한편 우리 나라에는 현재 방사성 동위원소나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해 비파괴검사를 수행하는 기관은 1백70여개, 관련장비는 5백여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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