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PC통신 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웹브라우저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넷스케이프를 인수한다는 보도다. AOL이 넷스케이프와 42억 달러의 주식을 상호 교환하면서 최대주주로 부상, 브라우저 부문은 물론 넷스케이프의 홈페이지인 「넷센터」까지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이번 인수·합병에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까지 전략적인 협력을 다짐, 향후 AOL로부터 넷스케이프의 인터넷서버와 관련기술을 제공받아 다양한 인터넷솔루션 및 하드웨어를 개발키로 하는 등 향후 3자가 인터넷시장 석권을 위해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 AOL의 넷스케이프 인수와 이와 병행해 추진되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기술협력은 한 기업의 경영권이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거나 기업간 기술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이들의 인수·합병 및 전략적 협력은 전세계 인터넷시장의 판도변화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단지 남의 나라 얘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
우선 AOL의 넷센터 확보는 PC통신 서비스업체의 인터넷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란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AOL은 자사의 PC통신 부문에 1천4백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고, 인스턴트메시징 서비스인 ICQ에 2천1백만명, PC통신 자회사인 컴퓨서브에 2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PC통신 최대 업체다. 여기에 이번 인수를 통해 월 2천만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이용하는 넷스케이프의 넷센터를 운영하게 되면 PC통신에서 인터넷에 이르는 컴퓨터통신 서비스 부문의 절대적인 권좌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넷스케이프 역시 AOL로 인수되면 경영권은 잃게 되지만 그 이상의 실익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유리한 입장에서 웹브라우저 전쟁을 또 한 차례 벌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넷스케이프는 올 하반기 들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MS에 매번 참패를 당해왔다. 그러나 넷스케이프가 AOL로 인수되면 시장판도가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현재 AOL의 1천4백만 회원이 이용하는 MS의 웹브라우저를 넷스케이프의 웹브라우저인 내비게이터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인수·합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커다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선은 자바언어를 앞세워 인터넷시장에 도전했으나 「액티브X」를 앞세운 MS와 하드웨어 경쟁사인 인텔 및 컴팩 등 윈텔진영에 억눌려 제대로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인수·합병 후 AOL로부터 넷스케이프의 인터넷서버와 관련기술, 전자상거래 솔루션 등을 공급받게 되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번 인수·합병은 각자 모자라는 부분을 상호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업체 모두에 개별적인 이익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각자의 실익 못지 않게 이들의 전략적 협력은 전세계 인터넷산업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AOL이 컴퓨터통신 서비스 및 콘텐츠 부문을, 넷스케이프가 브라우저 및 서버솔루션을,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하드웨어 및 애플리케이션을 앞세워 인터넷시장에 공동 대응하게 되면 새로운 대규모 인터넷군이 탄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국내외적으로 인터넷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현재 국내 대기업간 빅딜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이들 3사의 인수·합병과 전략적 기술협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조금도 양보하지 않거나 타 회사에 자기의 기술을 숨기려고만 하는 우리와는 달리 무엇이 진짜 실익인가를 따져보는 이들의 선진경영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제 커다란 세계 시장변화 속에 국내 기업도 무엇인가 새롭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영권 확보나 기술 국수주의보다는 키울 수 있는 파이를 더 키워 그 이익을 서로 공유하는 기업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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