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호 히버그룹 한국지사장
정부가 실업난 해소방안의 하나로 추진하는 기술인력의 해외취업 알선은 참으로 바람직한 조치다. 우리의 기술인력을 해외 곳곳으로 보내 국제감각과 근로정신을 익히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그들이 벌어오는 달러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업으로 인한 사회의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다.
필자는 홍콩 및 미국 헤드헌터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실리콘밸리에 체류한 일이 있다. 그동안 3백여명의 정보기술(IT)분야 인사담당 중역을 만났으며 대표적인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보고 느낀 미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인도의 사례를 살펴보자. 인도 엔지니어들의 기술수준은 매우 뛰어나다. 출중한 어학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위성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인도는 지난 3년간 5천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미국에 송출했다. 이들은 언어·주택·운전 등 현지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다.
문제는 직무 자체에 있었다. 대부분이 단순·반복적인 일에 투입됐으며 취업한 회사 대부분이 소규모 IT컨설팅업체 또는 인력파견회사였기 때문에 당초의 계약내용과는 다르게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능력을 인정받던 이들 소수의 엔지니어는 곧 열악한 고용조건임을 깨닫고 그린카드를 전제로 한 대형업체에 직접 취업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계약파기로 인한 소송이 잇따랐고 급기야 미국 회사들이 인도 엔지니어들을 전반적으로 불신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당초 본국에서 해외취업을 추진했던 회사측에서 취업의 전과정(모집, 인터뷰, 계약, 현지적응문제, 취업 이후의 법적인 문제, 경력에 대한 지속적인 조언)에 대한 총체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사업을 한 곳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들은 단기취업비자 스폰서 역할을 기피하고 한시적인 프로젝트성 직무에 인력파견회사 혹은 IT컨설팅업체에서 제공하는 외국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결국 한국 엔지니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미국내 회사들 대부분이 인력파견회사 내지는 IT컨설팅업체라는 것인데, 문제는 이런 회사들이 미국에만 3만개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한국의 취업설명회에 와서 말하듯 그렇게 현실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미국에서는 이름도 듣기 어려운 소형업체들과 계약하고 5백명 내지 1천여명의 인력요청을 받았다고 홍보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없는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국내 현실을 되돌아 보자. 「SW전문인력 해외취업 지원」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정부지원단체 및 민간협회에서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후 헤드헌터나 인력파견회사에 추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이들 단체 및 협회가 직접 시장개척에 나설 때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일주일에도 3, 4차례씩 취업박람회가 열리고 1백여개가 넘는 취업정보지와 IT전문지가 있다.
IBM과 MS 등 미국 유수의 업체들에 한국 엔지니어들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이를 패키지화해 직접 세일즈하는 일을 누군가 해야 한다.
정부도 당면한 실업문제 해결에 연연하지 말고 국가경영전략 차원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 교육지원도 중요하나 이보다 해외공관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을 활용해 현지 인력시장의 정보를 수집하고 교섭하도록 해야 한다. 또 다른 나라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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