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LCD의 출범으로 LCD사업이 종속변수에서 독립변수로 자리매김했지만 여기에는 그룹측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번 LG전자와 LG반도체의 LCD사업 통합에서 크게 3가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하나는 외자유치를 통해 LCD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LCD사업은 특성상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든든한 자금줄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전자와 반도체가 그 역할을 맡아왔는데 이번에 두 회사로부터 분리됨으로써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실적으로 최소한 6천억∼7천억원이 소요되는 4세대의 투자가 시급할 뿐만 아니라 투자에 따른 누적적자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LCD 재무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이번 결정으로 외자유치의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외자유치는 급류를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의미는 LG반도체의 재무구조를 개선함으로써 빅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LG반도체의 1조3천억원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LGLCD에 매각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이를 의미한다. LG반도체는 1조3천억원의 투자비를 건짐으로써 그만큼 부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또한 매출비중은 얼마 안되면서 과다투자로 인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LCD사업을 떼어냄으로써 경영부담도 감소시켰다.
마지막으로 LG소프트를 자연스럽게 정리, 모양새 있게 계열사들을 구조조정한 점이다.
이번 LGLCD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보다 기존 LG소프트의 사명을 LGLCD로 변경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LG소프트는 소프트웨어사업을 해오면서 LG EDS와 LG인터넷 등과 사업성격이 겹치면서 상호 갈등을 야기했으나 이번에 사명과 업종자체를 LCD사업으로 변경함에 따라 LG소프트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됐다. 소프트부문도 LCD사업을 지원하는 성격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의도로 출범했지만 LG전자와 LG반도체의 LCD사업을 통합함으로써 재정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강점을 갖게 됐다. LG측의 발표대로 자본금 7천억원에 자산규모가 1조7천억원에 이르는 거대회사로 탈바꿈하게 됐다. 생산규모 면에서도 연간 13.3인치 기준으로 올해 2백만개, 내년에 4백50만개 규모를 갖추게 됨으로써 LCD 단일회사로는 세계 최대의 회사로 자리잡게 됐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흩어져 있던 LG전자의 모듈기술과 반도체의 TFT기술을 통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한달 동안 처음으로 LCD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한 데다 시장상황도 점차 좋아지고 있어 경영상 별다른 무리가 없다는 LG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홀로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히려 자칫 잘못하면 「부실덩어리」를 키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빅딜에 따른 급조된 회사여서 자산 못지않은 막대한 부채도 동시에 안고 출범하게 됐기 때문이다.
누적적자가 많은 상황에서 부채증가로 인한 금융비 상승까지 겹치게 됨으로써 오히려 만성적인 적자상태로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외자유치가 실패할 경우 LGLCD의 장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배수진을 치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LG 측은 앞으로 LGLCD사의 정상화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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