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무선호출 회생 방안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무선호출사업이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실제로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각종 통계수치를 보면 우리나라 무선호출사업의 현주소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무선호출 총가입자수는 1천3백10만명으로 1천5백20만명에 이르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백만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무선호출 가입자의 감소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 폭이 확대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올 상반기에 무려 4백67만명이 해지했고 신규 가입은 2백25만명에 그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무선호출사업의 어려움을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내에 1천만명이라는 마지노선마저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무선호출사업이 이렇게 극심한 침체에 빠지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한때 무선호출사업자는 배부른 집단이었다. 늘어나는 가입자를 주체하지 못했고 그 가입자 증가를 마치 자기 능력인 양 오해했다. 이런 섣부른 판단이 쓸데없는 과잉행동으로 이어졌다.

 그 하나가 임금의 과다인상이었다. 이는 정보통신 전 분야에 걸쳐 생산성 증가에 비해 임금을 과다 인상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또 제살깎아먹는 마케팅 경쟁에 치중해 단지 시장점유율을 몇 퍼센트 높이기 위해 단말기 보조라는 큰 멍에를 짊어졌다. 이는 이제 PCS 분야에서도 습관적 멍에가 됐다.

 더욱이 그 출혈경쟁이 불량 가입자까지 양산하는 형태가 되면서 사업자가 공동으로 배제해야 하는 불량 가입자를 서로 더 차지하는 우스꽝스러운 형태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사업자가 겉으로 말도 못하는 부실채권을 숱하게 안고 있다.

 그리고 사업에 대한 자신이 아닌 정부에 대한 과신으로 CT2사업을 시작했다. 그것도 서로 협조하지 않고 비생산적 경쟁만 일삼아 비용 과부담에 비효율을 가중시켜 무선호출사업의 몰락을 재촉했다.

 그런 와중에 사업자의 과당경쟁에 따른 그릇된 정보로 인해 무선호출사업에 대한 정부의 판단착오로 추가 사업자를 지정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런 비판의 자리를 가져보는 것은 이제라도 무선호출사업을 좀더 이해하고 그 나아갈 방향을 찾고자 함이다.

 먼저 무선호출 분야는 조금씩 쇠퇴하는 사업일지는 몰라도 그 수명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또 무선호출사업은 우리가 국제경쟁력을 갖춘 분야라는 점이다. 초기의 외국 의존에서 벗어나 호출기·송신장비·위성이용기술·운영기술·부가 서비스 등 무선호출사업 전반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경쟁우위에 있는 분야다.

 이러한 무선호출사업이 이제라도 회생의 길로 돌아서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난관이 있다.

 먼저 사업자수의 조정이다. 무선호출사업자 중 특히 제2사업자의 경우 몇 개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지역별로 갈라져 있어 장비·회선 및 운영비용 등이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의 사업자 또한 시장에 비해 너무 많아 과당경쟁이 되고 있다. 이런 불필요한 낭비와 출혈경쟁은 전체 무선호출사업자수를 2∼4개로 조정하면 피할 수 있다.

 또 과당경쟁으로 양산된 불량 가입자 문제도 사업자가 공동으로 대처하고 처리해 불량 가입자로 인한 부실채권을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이와 함께 무선호출사업자들은 고유의 니치마켓을 창출하고 그 응용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서로 협조해야 한다. PCS와 무선호출사업은 서로 경쟁을 할 게 아니라 PCS의 협대역 중계서비스에 대별해 무선호출의 광대역 성질을 활용하는 차별화가 요청된다. 다수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정보의 전달에는 무선호출이 월등하며, 그런 응용분야로는 차량항법장치에 무선호출기를 연결해 각 도로의 변화하는 교통상황을 알리는 기능을 들 수 있다.

 또 다수가 궁금해하는 경제·사회·스포츠 소식 및 유머 등의 전달 기능과 이를 쉽게 수신할 수 있는 호출기의 공동개발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발신자과금 호출, 무선호출의 번호 자원 및 기지국 자원을 활용하는 분야의 개발도 필요하다.

 무선호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언론의 도움도 필요하다.

 무선호출은 언론의 PCS사업 부각에 따라 어느새 사양 서비스, 저소득층 서비스로 역차별화 돼버렸으나 이젠 다른 시각에서 IMF시대의 저가격 고효율의 확실한 정보전달 수단으로 홍보해야 한다.

 불량 가입자의 신용불량 처리문제 또한 언론에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켜 신용불량이 만연하지 않은 젊은 세대의 건전한 신용사회 구축에도 기여해야 한다.

 정부 역시 지금의 무선호출사업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이 분야가 국제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인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주길 바라며, 이렇게 한다면 여러 무선호출 발전방향이 무선호출사업자의 빠른 구조조정으로 더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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