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문서표준 정립 시급하다

묵현상 한국엡손 부사장

 최근 홈쇼핑 채널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또 무엇보다 편하다는 측면에서 젊은층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다 보니 6백dpi급 스캐너를 2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에서는 6백dpi라고 쉬지 않고 주장하면서 그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필자도 마음이 동해서 하마터면 충동구매를 할 뻔한 경험이 있다.

 그 가격대에 팔기에는 불가능한 것이라서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 그 업체로 전화를 했다. 그 업체 이야기로는 3백×6백dpi라서 뒤의 숫자를 따 6백dpi라고 했다는 것이다.

 컴퓨터 전문가도 그 사양만 보고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보통 3백dpi급 스캐너이면 그 가격대보다 오히려 2만∼3만원이나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데 그런 식으로 소비자를 호도해서야 될 일이겠는가.

 미국의 경우에는 국제표준으로 정해진 「ISO 16532」가 있고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KS와 같은 일본규격(JIS)에 컬러영상과 문서에 대한 표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각 업체는 이 표준 영상과 문서를 인쇄했을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서 프린터의 속도로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프린터업체들이 저마다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표준을 이용해서 속도를 측정,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것도 일견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회사에서 나온 제품들을 비교해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일정한 기준 문서와 기준 영상에 따라 출력한 실제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더욱 타당성이 있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이 기준 영상과 기준 문서를 가지고 평가하게 된다면 제품의 우열이 쉽게 가려질 것이고 가격도 이에 따라 정해질테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품질의 프린터를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공산품의 사양을 통제하는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할 수 있다.

  제조업체가 사실과 다른 사양을 제시할 때 대단히 강하게 법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고, 정부에서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사용자가 자기가 구입한 제품이 광고하는 것과 다른 경우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고장난 제품을 빨리 와서 고쳐주는 것도 소비자 만족에 포함될 수 있겠지만 진정한 소비자 만족은 적절한 가격에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구입해서 제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표준 문서와 표준 영상을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KS표준으로 이런 문서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고 지레짐작하기 때문에 정부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신에 민간에서, 특히 컴퓨터와 관련된 신문·잡지 그리고 제조업체들이 모여서 이런 기준을 만들어 민간 표준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진정한 소비자 만족을 꾀하는 일이다. 이래야만 진정한 기술개발 경쟁을 불러일으켜 모든 이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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