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산업연구원 디지털경제실 책임연구원
인터넷이 의도하고 있는 세상은 어떠한 세상인가. 아직 그것이 의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네트워크의 크기가 확대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근거로 추론을 통해 네트워크사회를 전망해 볼 수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 대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향후 세계 주요 산업을 몇몇 대기업이 지배할 것이라는 이른바 「산업의 과점화」현상을 예견하기도 한다. 또 기존의 국가 또는 지역 고유의 가치체계나 경영방식이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에 용해되면서 아이덴티티를 서서히 위협받는 것도 네트워크의 확대라는 거대한 조류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확대 현상은 한편으로 「개인화(Individualization)」 「원자화(Atomization)」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휴대통신의 보급 확대, 벤처기업의 대두, 대기업 집단의 와해, 개인연봉제의 확산 등 집단 또는 거대조직으로부터 개인 또는 소규모 조직 중심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 두 가지 패턴은 얼핏 상반돼 보이지만 사실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유연성 또는 적응력 극대화」라는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급속한 정보통신 기술의 변화는 정보의 디지털화 및 양방향 네트워크화를 가능케 했고, 기술간·제품간 네트워크화를 광범위하게 진전시켰다. 이는 기술(제품)의 표준화 또는 호환성을 증대시켰고, 이것이 다시 네트워크를 확대시키는 순기능적인 피드백 효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기술이나 조직간 상호연동 및 상호운용이 확대돼 경제사회 전반적으로 분권화를 통한 사회 부문간·지역간 동질성이 증대되고 있다.
개인간·집단간뿐만 아니라 개인(부분)과 집단(전체)간 상호 수렴하는 현상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다(부분이 곧 전체). 이는 바로 개인이나 조직의 구분없이 사회의 유연성이 증대돼 가고 있다는 의미이며 끊임없는 환경변화에 대한 개인이나 집단의 적응력 제고라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정보사회는 변화하고 그 변화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사회다. 여기에 대한 네트워크 확대는 개인이나 조직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유연성 확보라는 의미로 재해석될 수 있다.
개인휴대통신의 수요증가도 이동시 네트워크를 확보함으로써 상황변화에 대한 유연성과 적응력을 확보하려는 개인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규모가 크고 작음은 결코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현상에 불과하다.
앞으로 정보사회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네트워크의 범위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수록 네트워크의 속성상 네트워크에 소속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의 범위가 커지면 커질수록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ies)이 증대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네트워크에 소속돼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욕구는 점점 증대될 것이다.
네트워크 사회는 과거와는 달리 어떠한 정형화된 기술이나 관행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이 끊임없이 생멸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것인 만큼 인체의 두뇌 및 신경 네트워크와 유사한 작동원리를 획득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그만큼 동태적 적응력의 확보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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