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달 들어 미국의 디지털TV 본방송 개시와 때를 같이해 세계 최초로 완벽한 디지털TV세트를 개발, 양산에 돌입하면서 처음으로 HDTV의 대미수출에 나섰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는 한국 업체가 세계 TV산업사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HDTV시대의 개막을 전세계에 알리는 주역으로 등장했음을 알리는 쾌거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이번 대미수출은 미국 정부의 반덤핑 굴레로 15년 동안이나 묶였던 한국산 TV의 대미수출이 재개됐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건이기도 하다. 특히 선진국도 아직 상품화하지 못한 HDTV를 한국 업체가 상품화에 성공, 본격적인 대미수출에 나섰다는 점에서 한국산은 저가보급형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디지털TV에 관한 한 국내 업체들은 기술에서나 품질에서 일본 제품을 능가한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실제로 삼성과 LG는 디지털방식 HDTV 핵심칩세트와 TV세트를 일본 업체들보다 먼저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LG의 경우 디지털TV 전송규격인 8VSB방식 특허권과 강력한 브랜드까지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까지 쓸 만한 HDTV 칩세트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자신들밖에 없다며 자신감에 차 있는데, 어떤 면에선 HDTV가 당장 세계 TV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조급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내 업체들은 개발초기에 기선을 제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일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이 HDTV가 세계 TV시장과 산업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적어도 5년 내지 10년은 걸린다는 점이다. 이것은 국내 업체들에 의해 기선을 제압당한 세계 톱브랜드업체들이 HDTV에서도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초반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주어진 기간 안에 브랜드 인지도를 확실히 끌어올려 일류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획득하는 일이 중요하며 또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HDTV를 잘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마케팅도 매우 중요하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은 미국 현지 언론들로부터 HDTV 개발경쟁에서 외국 업체들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도 한국산 HDTV가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국 국내 업체들이 앞선 기술력을 상품화에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 마케팅력 부족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업체들이 디지털TV 기술개발 경쟁에서 이기고도 상품화 단계에서는 밀린다면 그것은 매우 곤란한 일이다. 또 미 국민의 3분의 2가 시청자라는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의 양대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의 마쓰시타·미쓰비시 등은 이미 디지털TV 수신기만 연결하면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과 디지털방송을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TV를 개발하는 등 경쟁사들이 발빠르게 수성작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국내 업체들은 또 미니디스크·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디지털VCR·디지털캠코더·디지털스틸카메라 등 디지털 AV제품군에서 일본과 달리 초기 상품화 단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므로 앞으로 정보가전시대의 본격적인 전개에 맞춰 이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밖에 미국의 반덤핑 규제가 이번으로 마지막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한국산 컬러TV 반덤핑 제소업체인 미 유니언이 어떤 이유로 재심에 참가하지 않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미국 관련업체 및 단체들이 결코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니언이 내년 4월 시작되는 제16차 연례재심에 다시 한국산 컬러TV를 조사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컬러TV가 아닌 디지털TV 등으로 조사대상 품목을 변경해 제소할 경우 국내 가전업계는 지난 15년 동안 억울하게 겪었던 고통을 되풀이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관련업체나 단체들이 한국산 TV의 미국 진출을 막기 위해 또다시 엉뚱한 규제조치를 들고 나올 가능성에 대비, 자료확보 등 이에 대한 대비책 강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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