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의료분야 Y2k 문제

김성현 보건의료기술연구기획평가단 위원

 의료계의 Y2k 문제는 인간의 생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더욱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 이를 증명하듯 선진국 주요 언론들은 의료계의 Y2k 문제가 환자의 생명을 빼앗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체계 전반의 마비 혹은 기능 저하로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의료계 Y2k 문제가 타 분야와 구별되는 특징은 첫째, 환자, 나아가서는 국민 모두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의료계의 Y2k 문제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며 선진국의 언론들과 관련 학자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수없이 경고하고 있다.

 둘째, 다른 분야보다 다양한 정보시스템 및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보험 급여관리전산망, 각 병원의 원무지원시스템, 진료지원시스템 등의 복잡한 정보시스템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의료기기·연구기자재와 기타 기기 등을 사용하고 있어 Y2k 문제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셋째, 의료기기 관련 전문가의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대부분이 외국제품으로 대개 국내 수입상에서 기기를 구매하며, 외국 본사의 기술자를 초빙하여 설치 사용하는 형태가 많다. 따라서 국내에는 의료기기 관련 전문가가 거의 없으며 문제해결의 핵심인 인적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넷째, 지방 중소병원 및 의료기관은 자체해결 능력이 없다. 지방 중소병의원 및 의료기관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재정상태와 Y2k 문제의 인식부족, 전문가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자체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용하는 의료기기의 상당수가 오래 전에 만들어진 기기로 제조업체나 판매상조차 적절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다섯째, 의료기관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대체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기기를 테스트하기 위해 기기운용을 중단할 경우, 그 기기를 사용하는 의료 서비스는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의료의 특성상 서비스의 계속성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Y2k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섯째, Y2k 문제의 인식수준이 낮다. 의료계는 컴퓨터 마인드의 상대적인 낙후, 문제의 인식확산을 위한 노력의 부재 등으로 그 수준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일곱째, 의료기관의 재정형편이 좋지 않다. 만성적인 재정압박 외에도 IMF라는 악재가 작용해 의료기관의 재정형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점이므로 투자의 반대급부가 거의 없는 Y2k 문제해결에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

 Y2k 문제 해결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국가 경제의 사정이 좋지 않으며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의료기관의 재정상태가 열악하지만 꼭 불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화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이 Y2k 문제를 보다 간단하게 해 준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해결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많은 작업이 진척되어 있고 이러한 경험과 리소스를 충분히 검토하고 잘 이용한다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계의 2000년 문제는 돌아가거나 미룰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문제에 직면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하루 빨리 문제해결에 착수할 때, 새로운 천년의 새벽을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