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켜 「군계일학(群鷄一鶴)」이나 「백미(白眉)」로 형용한다. 최초·최고·최대라는 3최(最)의 하나 이상을 만족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서나 정상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천부적인 재질과 부단한 자기 노력이 접합돼야 한다. 따라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인구에 회자되려면 남다른 위업을 달성해야 한다.
첨단기술의 세계에서는 아류(亞流)는 통하지 않는다. 2등은 곧 쇠(衰)와 망(亡)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저마다 세계 제일 가는 첨단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3최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반도체에 관한 한 우리도 할 말이 있다. 반도체산업이 이 땅에 이식된 지 15년 남짓한 기간에 세계 제일의 위치를 차지했다. 선진국, 특히 미국이 괄목상대해야 하는 우리 반도체산업을 시기하며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있는 것도 발목잡기의 일환일 수 있다.
미·일 선진 반도체업체들은 적어도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기술로 앞질렀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에서 앞서 가려면 남다른 무기가 있어야 한다. 반도체에 관한 한 기업의 위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인은 신기술이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 하루아침에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가 하면 무명업체가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하는 것은 변화무쌍한 신기술 덕이다.
「반도체 빅딜」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경영주체를 선정하기 위한 평가기관 선정에서부터 합일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가기관이 경영주체를 선정한다 해도 결과에 승복할지는 미지수다.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반도체 빅딜」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복투자나 부채를 내세워 그냥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반도체 빅딜」의 가부에 앞서 실체적인 타당성 검증을 다시 해보는 게 순서일 성싶다.
반도체는 국가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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