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휴대형 MP3 플레이어로 종잣돈부터 만들 겁니다. 그 후엔 또 다른 모험산업에 도전해야죠.』
창업 4개월째로 접어든 신생업체 (주)디지탈웨이 직원들이 한 목소리로 밝히는 당찬 출사표다. 디지탈웨이는 얼마 전 MP3 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디지털녹음기 3가지 기능을 한 데 합친 신개념의 휴대형 디지털기기 엠피오(MPIO)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던 벤처업체. 서울 양재동의 아담한 건물 1층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 회사는 요즘 한창 들뜬 분위기다. 지난 10월 말 열린 한국전자전에 엠피오를 출품한 후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전망이 밝아졌기 때문.
『운이 좋았습니다. 오디오 이퀄라이저 업체인 중도전자가 마지막날 부스 일부를 비워 우리 제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죠. 갑자기 엠피오를 선보일 기회가 생기자 엔지니어들은 꼬박 3일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완성단계이긴 했지만 마무리가 필요했거든요.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대우통신과 10만대 물량 수출을 위한 의향서(Dill Memo)를 교환했고 S전자로부터는 OEM 납품을 제안받았죠. 정식 계약은 아니지만 직원들 모두 성공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공동대표 중 한 사람인 범재룡 사장(35)은 다소 흥분된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알고 보면 디지탈웨이는 벤처로서 필요충분 조건을 갖춘 업체. 이 회사가 첫 번째로 도전한 MP3 플레이어는 사실 위험부담이 큰 제품이다. 초기시장을 놓고 선발업체인 새한정보시스템·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사 등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게다가 올 상반기 히트예감에 부풀었던 새한측도 막상 제품을 내놓자 가격저항에 부딪혀 별다른 판매고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성공이 불확실한 만큼 잘하면 잭풋을 터뜨릴 수 있는 아이템이야말로 벤처다운 선택이 아니냐』고 이 회사 직원들은 반문한다.
규모는 적지만 네 사람의 창업자를 비롯, 전직원이 위험을 분담하고 수익도 함께 나누는 회사구조 또한 벤처업체인 디지탈웨이의 강점이다. 대학시절부터 개인사업을 하면서 비즈니스 감각을 익혀온 김종귀 사장(36)은 창업당시 2억원을 투입했지만 지분은 41%만 소유하고 있다. 기술개발을 맡은 범재룡 사장, 마케팅 및 관리를 책임지는 우중구 이사와 김종관 이사 세 사람도 개인자금은 투자하지 않았지만 일정 지분을 갖고 출발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사표를 내고 합류한 엔지니어들은 앞으로 스톡옵션도 받게 된다. 이처럼 수평적인 구조 덕분에 디지탈웨이는 모두가 한 배를 탄 선원들이라는 주인의식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밤샘작업이 이어져도 사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술은 기본기일 뿐 성공의 열쇠는 마케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회사는 대기업과의 협력이나 자금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엠피오의 경우 S사와 OEM을 맺으려면 브랜드명이나 디자인은 물론 제품의 콘셉트까지 다시 논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벤처업체 혼자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는 든든한 후원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회사 직원들의 생각이다.
『앞으로는 벤처캐피털에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지금 논의중인 인터액티브 토이(Interactive Toy)를 개발하려면 5억원 정도가 필요하죠. 인터액티브 토이란 말하고 노래하고 움직이는 멀티미디어 장난감입니다. 비디오테이프·CD롬 타이틀과 함께 인포테인먼트 교재로 구성하면 반향을 일으킬 만한 제품이죠.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범 사장은 틈새시장을 노린 이 회사의 두 번째 사업아이템을 조심스럽게 공개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플랜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디지탈웨이는 성공을 확신하지만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는 전형적인 벤처기업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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