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경영평가 "점수 낮다"

 정부출연연구소들은 고객지향성이 부족한데다 인력충원 및 관리상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출연연의 연구과제 선정·평가 기준이 불명확하고 느슨하며 연구과제 선정이나 중간평가 결과 탈락되는 과제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6일 과학기술부가 의뢰해 미 매킨지사와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가 공동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화학연·기계연·원자력연·생명연·항우연 등 6개 출연연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출연연구기관 경영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출연연은 연구원 창업건수가 평균 0.33건으로 미국 NASA·BNL(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배틀러 연구소,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 벤치마킹 대상 연구기관의 평균 14.2건에 비해 40분의 1 수준으로 턱없이 뒤졌다.

 과학인용 색인집(SCI)에 연구원 1인당 평균 발표논문 편수가 국내는 0.14편으로 벤치마킹기관 0.29편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논문의 영향력도 4분의 1, 특허인용 건수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면 연구원 1인당 로열티 및 라이선스 수입은 평균 1천90달러로 벤치마킹기관의 7백90달러에 비해 약간 앞섰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 출연연이 연구영역 설정시 연구개발환경이나 고객 등 중요요소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연구과제 선정시 산업계 등 외부전문가 참여(1∼2명 수준)가 거의 없이 자체 인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벤치마킹 대상 연구기관들의 경우 과제평가에 따라 연구가 중단되는 비율이 평균 45%에 달하지만 국내 출연연의 경우 연구과제 선정 및 평가기준이 불명확하고 느슨해 기관고유사업 중 중단된 사례가 과기연(4.8%)을 제외하고는 5개 연구소중 하나도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보고서는 연구원에 대한 엄격한 평가기준이 없어 연공서열과 인간관계가 우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평가에 따른 성과급의 차이가 총액의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내 출연연 연구인력의 평균 이직률이 지난해 3.2%로 NASA 7.0%, 프라운호퍼 16.0%에 비해 크게 낮아 새로운 아이디어 획득과 지식확산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행정지원 인력의 인건비 수준이 높아 상대적으로 연구원의 보수가 낮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출연연이 고객지향성에 초점을 두고 산업계 수요에 맞는 시장지향적 연구개발정책을 추진하고 기관고유사업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산업계 참여폭을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연구개발성과 평가도 과학기술적 측면 이외에 산업계 수탁규모, 로열티 및 라이선싱 수입, 고객만족도, 기술이전 기업의 수 등 경제적 성과를 포함한 새로운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출연연에 마케팅 전담부서를 설치, 산업계 의견수렴 메커니즘을 확립하고 객관적인 연구결과 평가를 위해 평가위원회의 절반 정도를 해외인사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고객지향적인 기준 설정 △연구원 창업기업에 대한 스톡옵션 인정 △산업계와 인력교류 등 인력관리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연구원 창업지원을 위한 정부의 벤처자금 지원 등 기업가 정신을 촉발시키는 연구문화 변화를 과기부와 출연연이 주도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출연연의 조직 및 운영방식을 고객·제품지향적으로 개편, 이윤센터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기부는 이번 출연연 경영평가 결과를 토대로 출연연별로 도출된 문제점에 대해 자체 개선방안을 수립해 시행토록 하고 장단기적으로 출연연 지원 육성정책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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