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삼성전자 미디어서비스사업팀 부장
인터넷을 통해 「공룡」이란 단어를 검색한 적이 있다. 당연히 몇 개의 검색 사이트를 통해 쉽게 공룡 전문 사이트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 한심스러웠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모 검색사이트에서 알려준 관련 사이트는 겨우 15개. 그나마도 대부분은 「쥬라기공원」이라는 음식점 이름까지 포함된 관계없는 것이었다. 만약 영어로 「dinosaur」를 입력했다면 얼마나 많은 정보가 검색되었을까.
이것이 우리나라의 인터넷 콘텐츠의 현주소이다. 매년 무슨 공룡전이라는 허다한 전시를 통해 수천명의 미래 과학자들의 초롱초롱한 눈초리를 담보로 행사를 하는 나라에 공룡에 대한 쓸 만한 과학적 정보를 정리한 사이트가 거의 없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이다.
국내 유수 기관과 협회를 살펴보면, 한국데이타베이스진흥센터의 98년 데이터베이스 백서는 전체 목록만이 웹에 올라와 있을 뿐이며, 국립 중앙박물관의 고고품 항목의 신석기시대와 백제시대의 유물은 각각 1개씩이, 백제시대 불상은 단지 3개의 유물만이 등록되어 있을 뿐이다.
정부는 지식기반의 정보대국 건설을 새로운 국가건설의 핵심 주제어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21세기에 우리가 얻고자 하는 지식은 과연 어디에 존재할 것인가. 지식기반은 어디에 만들어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이 시기에 분명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이야 말로 우리가 구축하고자 하는 지식기반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터넷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포레스터리서치에 의하면 2002년 인터넷 콘텐츠시장은 84억 달러의 대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광고에 의한 수입은 81억 달러, 구독료에 의한 것이 1억5천8백만 달러, 콘텐츠 판매에 의한 것이 2억2천7백만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는 1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갖게 될 미국 시장의 경우이지만 콘텐츠사업의 잠재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산업의 현실은 너무나 참담하다ㄴ. CD타이틀 산업의 침몰에서 보듯이 정부가 집중 육성하겠다고 공언해온 멀티미디어 콘텐츠 관련업체들은 이미 빈사상태이고 인터넷 콘텐츠 관련업체는 싹도 틔우기 전에 이미 사업 포기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중소기업 사이트들이 당장 약간의 매출을 노릴 수 있는 전자 상거래 사이트로 전환되어 상품정보나 이벤트 중심으로 바뀌었고, 주요 콘텐츠 사업자인 신문사·방송사조차 많은 정보 사이트를 축소 또는 폐쇄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구조조정, 비수익사업 정리 등의 흐름에 따라 더 이상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인터넷 콘텐츠사업을 꾸려나가기가 어려운 상태이다.
일부 의욕적인 개인들이 나름대로 자기 사이트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을 볼 때마다 그나마 꺼지지 않는 불씨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국민에게 인터넷 ID를 하나씩 주고, 또는 홈페이지 갖기 운동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즐기고, 정보를 얻고,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의미있는 사이트를 차곡차곡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한 미디어이다. 우리의 자녀는 넷 제너레이션 (Net Generation)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들에게는 지식의 창고가 이제 더 이상 도서관이나 고급 장서도, 백과사전도, 정책보고서도 아니다.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가에 따라 그 활용도와 유용가치가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지식기반의 선진사회 건설이라는 과제는 더 이상 원론적 논의를 지양하고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주제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할 수 있다. 우선 정부 지원의 모든 과제 결과물은 반드시 인터넷을 통해 검색가능 하게끔 서비스하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미국 정부는 차세대 인터넷 구축을 위해 3년동안 연간 1억달러씩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고급 지식정보의 인터넷 출판을 위한 국가 계획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
이런 지식기반을 확충해야 우리 자녀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는 고급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동시에 우리 나라를 지식사회로 개혁해 나가는 원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때 인터넷에서의 글꼴을 포함한 한글처리기술·검색기술·저작도구의 개발 등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새로운 도전목표가 될 수 있으며, 콘텐츠 구축 전문회사나 벤처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도울 수 있다.
나아가서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업계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 줄 수 있으며, 기존에 투자한 콘텐츠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또한 단순히 정보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아닌, 인문·사회·과학, 엔터테인먼트, 문화, 자연 등 모든 분야에 새로운 흐름과 의욕을 가짐으로써 지식사회 전체가 새로운 물결을 타는 21세기 신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2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기 지정
-
3
GDP 2배 넘는 민간 빚…“금리 인하기, 금융취약성 커져”
-
4
빗썸, 휴면 자산 4435억원 반환 나선다
-
5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6
원·달러 환율 1480원 넘어...1500원대 초읽기
-
7
최상목 “韓 권한대행 탄핵소추 국정에 심각한 타격…재고 호소”
-
8
내년 실손보험 보험료 '7.5%' 오른다
-
9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10
녹색채권 5兆 돌파…“전기차·폐배터리 등 투자”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