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퀄컴의 "파트너십"이 아쉽다

 그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채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업체로부터 거금을 꼬박꼬박 챙겨갔던 퀄컴의 로열티 문제가 올해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의원들은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상대로 퀄컴의 「로열티 횡포」에 맞설 수 있는 대책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여기까지는 해마다 국감장에서 되풀이되는 단골 메뉴라고 볼 수 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퀄컴과 로열티 지급 범위 및 시기를 둘러싸고 팽팽한 대립을 펼쳤던 ETRI가 파리 소재 국제상공회의소(ICC)의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ETRI는 미국 퀄컴이 CDMA 공동개발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법적 심판을 요구한 것이다.

 이 문제는 이미 지난해 국감 지적사항으로 ETRI가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 자연히 국회의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국감을 통해 드러난 퀄컴의 로열티 횡포 여부보다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연구기관이 퀄컴에 공식적인 반기를 들었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퀄컴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면서 속만 태웠지 아무소리도 못했던 한국이 『더 이상 이런 식으론 안된다』고 반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법적 중재신청까지 낸 것은 매우 이례적 사건이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퀄컴이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한국을 더 이상 자신들의 일방적인 고객이 아니라 세계 CDMA시장을 함께 개척해 나가는 동반자로 대우해 주기를 촉구한다.

 물론 전형적인 기술벤처기업인 퀄컴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료 이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또 지식기반 사회에서 다른 업체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술료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내 기업들도 이같은 보편적 원칙에 입각, 퀄컴에 기꺼이 로열티를 제공해 왔다.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맥슨전자 등 4개사가 지난 9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퀄컴에 지급한 로열티만도 2억4천8백35만8천 달러에 이른다. 해태전자·어필텔레콤·SK텔레콤 등 기타 업체들도 선급기술료로 2천2백35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허덕이고 있는 국내업체들의 입장에서는 허리가 휠 만한 규모이다.

 국내업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총력 마케팅을 펼쳐왔고 그 결과 CDMA 이동전화 가입자가 1천1백만명을 넘어섰다. 큰 물량은 아니지만 단말기 수출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퀄컴은 또다시 새로운 기술을 내놓고 새로운 방식의 로열티를, 그것도 기존보다 더욱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ETRI와의 분쟁도 퀄컴의 무리한 고자세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름도 없던 작은 기업, 컬컴을 오늘날 세계적 이동전화기술업체로 성장시킨 원동력도 따지고 보면 한국이 세계 최초로 CDMA를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고 상용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퀄컴은 대답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기업과 더불어 성장하고 세계 CDMA시장을 더욱 키워 나가는 동반자 의식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단말기를 수출하고 시장을 확대한다면 결국 퀄컴이 챙겨갈 로열티는 그만큼 많아지게 된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기업의 목만 조른다면 장기적으로 퀄컴에게도 마이너스가 된다는 계산은 쉽게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퀄컴의 이미지가 더 이상 착취자로 고착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퀄컴이 한국기업을 진정한 파트너로 여긴다면 우선 로열티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협력해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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