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두돌 맞는 국내 DVD "현주소"

 비디오·비디오CD·레이저디스크(LD) 등을 대신할 차세대 미디어의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는 DVD(Digital Versatile Disk)가 국내에 등장한 지 2년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까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막론하고 싹이 돋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6년 말 일본에서 처음으로 상품화된 DVD는 아직 기록·정정이 가능한 표준규격에 대한 논쟁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과거 VCR나 비디오CDP가 등장했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지난해 30만여대의 DVD플레이어가 판매된 미국 시장에서는 올 3·4분기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배가 증가한 49만여대가 팔렸다. 일본 역시 현재까지 30만대가 보급됐으며 연말까지는 작년의 3배 수준인 5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양국에서 제작·출시된 DVD 영화타이틀은 각각 1천종을 돌파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DVD롬 드라이브나 DVD 소프트웨어도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어 봇물처럼 쏟아지는 타이틀과 함께 시장을 급팽창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DVD플레이어가 상품화되면서 순식간에 DVD붐이 조성될 것처럼 보였으나 현재는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수면 아래로 잠수한 상태다.

 삼성영상사업단·LG소프트(당시 LG미디어)를 필두로 SKC·세광데이타테크·건잠머리컴퓨터·코리아실렉트웨어 등 영상·음반관련업체는 물론 DVD타이틀 수주제작업체, 장비임대업체 등이 등장하며 무지갯빛 꿈을 부풀렸다.

 그러나 예상외로 관련 하드웨어 보급이 크게 부진하자 타이틀 사업참여를 선언했던 업체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LG소프트가 「쇼생크 탈출」 「다이하드」를 DVD타이틀로 출시한 이후 타이틀 사업에서 손을 뗐으며 다른 업체들도 소리없이 뒷전으로 물러서거나 타이틀 이외의 다른 분야로 DVD사업의 돌파구를 찾아나섰다. 한마디로 「아직 때가 이르다」는 판단이었다.

 국내에서 제작된 DVD타이틀 가격은 카피당 2만∼3만원대로 비디오나 게임타이틀 수준이다. 그러나 신작이 기껏해야 수백내지 수천장 소화될 정도로 국내의 DVD 하드웨어 보급기반은 미흡하다. 현재까지 상품화된 국산 DVD타이틀은 모두 20여종으로 삼성영상사업단이 19종, 휴먼컴퓨터가 2종을 출시한 것이 전부다.

 국내의 DVD 관련기술 수준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큰 격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시장형성이 뒤처지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콘텐츠 자원이 빈약하고 새로운 미디어를 수용해줄 AV마니아층이 엷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업계의 투자마인드 및 공조 마케팅전략 부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재미를 보겠다는 식의 후발주자 전략이 시장형성을 더디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란 지적도 높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업체간 수평적·수직적 공조체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 DVD타이틀 시장의 장래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올들어 열림기획은 DVD롬 타이틀을 기반으로 한 노래반주기를 만들어 DVD타이틀의 가능성을 확인시켰으며 카내비게이션 시스템 업체들 역시 방대한 지리정보를 DVD에 담은 2세대 제품의 상품화를 속속 추진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DVD가 고성능 PC사용자층을 대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고, 4배속의 3세대 DVD롬 드라이브도 내년부터 양산될 것으로 보여 DVD시장 전반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작년 말 선미디어라는 회사를 설립해 DVD타이틀 유통사업에 착수한 박원영씨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DVD시장이 온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지금이 투자할 적기』라고 말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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