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PC 붐이 국내시장을 강타하면서 PC업계에 사상유례 없는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PC공급업체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저마다 1백만원 안팎의 초저가 신제품들을 선보이거나 대대적인 할인행사와 기획모델 판매를 통해 가격내리기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용산 등 전자상가의 일부 PC조립업체들은 70만∼90만원대 초저가형 PC를 잇달아 출시해 가격경쟁을 주도하고 있으며 대형 PC제조업체들도 이에 뒤질세라 큰 폭의 할인판매와 저가 기획모델 판매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PC업체들이 초저가 모델 출시와 할인·기획 모델 판매로 가격경쟁에 나선 것은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표준화된 PC규격의 특성상 가격 이외에는 별다른 차별화 요인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모리를 비롯한 주요 주변기기의 가격이 지속적인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고 인텔 등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들도 지속적인 가격인하와 저가칩 개발을 예고하는 등 가격인하 경쟁에 가세해 PC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델컴퓨터·IBM 등 미국 유력 PC제조업체들도 올해 초 컴팩컴퓨터가 1천 달러 이하(9백99달러) PC를 출시한 것을 계기로 초저가 PC시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하반기 들어 잇따라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삼보컴퓨터가 지분참여한 「e머신즈사」의 3백99달러짜리 초저가 PC는 벌써부터 관심과 질시의 대상이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오는 2001년까지 세계시장에서 1천 달러 미만의 저가PC에 대한 수요가 전체 PC시장의 20% 수준으로 상승, PC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초저가 PC사업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PC제조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저가시장 공략에 주력하면서 제품의 성공가능성 여부보다는 제품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해 기존 PC시장 질서가 무너질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당연히 PC제조업체에 돌아갈 것이 확실하다. 대량판매와 대량생산에 따른 규모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 초저가 PC사업은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신규 참여업체가 주도권 확보를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거나 세계 시장기반이 당초 예상과 달리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일부 PC제조업체들의 이러한 초저가제품 판매전략은 일종의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초저가PC는 멀티카드들을 온보드하는 방법으로 본체를 콤팩트하게 디자인했을 뿐, 같은 사양의 PC보다 결코 싼 값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대만산 저가 부품 및 주변기기 사용가능성이 높아 시스템 안정도가 떨어지고 작동 중에 다운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향후 1∼2 년내에 새 것을 구입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PC가격이 저렴해짐에 따라 PC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PC번들화를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초저가 PC는 날로 확대되고 있는 정보서비스사업의 「더미단말기」 수준으로 전락해, 「휴대폰」처럼 PC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한 번들제품화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미국 등지에서는 지난달 29일 IBM이 5백99달러 초저가PC 를 내놓으면서 이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PC시장이 일부 제조업체에 의해 과점상태를 유지하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국내 PC시장은 5대 PC제조업체와 중소 제조업체들이 분할 점령하고 있으나 경제사정이 악화돼 초저가 PC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출혈 경쟁에서 살아남은 일부 PC제조업체들이 부품의 대량구매, 대량판매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실현, 추가가격 인하 등을 통해 시장을 독차지할 공산이 높다.
즉 일부 업체의 PC시장 독점이 심화돼 갖가지 폐해를 발생하고 PC제조업체의 기술개발 의지 저하, 가격조절 정책등으로 중소 PC업체들의 몰락은 물론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에따른 최대의 피해자는 일반 사용자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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