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업경쟁력과 공급망관리

최해원 SAP코리아 사장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 내부에 대한 혁신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생산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의 수익성면에서 보면 그다지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 이는 혁신활동이 기업 내부 또는 일부 분야에만 국한돼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홀로 존재할 수 없는 환경에서 외부 기업과 연계되지 않은 기업의 혁신활동은 극히 제한적인 성과만을 거둘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재료의 공급업체에서 최종소비자에 이르는 다양한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업혁신활동을 벌여야 한다.

 여기에서 바로 「공급망 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21세기를 목전에 둔 국내 경영자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SCM은 원료공급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취급되는 제품 또는 상품에 대한 거래정보와 계획·생산·이동 등의 각종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SCM은 80년대에 의류업계와 유통업계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기·전자, 제약, 소비재, 금융 등의 모든 산업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

 특히 정보네트워크가 날로 발달하면서 공급망간에 이뤄지는 모든 거래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기업들은 공급망관리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정보를 수집,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협력사에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렇듯 공급망관리시스템은 제조·재고 관리와 유통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유연한 경영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매출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게 바로 공급망관리시스템이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리서치 회사인 AMR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스템 관리 시장은 오는 2005년까지 매년 1백%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35%의 성장률을 기록, 오는 2000년경에 30억 달러의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한 「포천」지 선정 5백대 기업 가운데 대다수 기업이 바로 이 SCM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컴퓨터회사인 컴팩컴퓨터는 SCM의 구축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을 전년 대비 23%나 늘린 데 비해 재고비용에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10억 달러나 줄였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SCM이 매출과 같은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이익과 같은 기업의 질적인 성장에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SCM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를 구축하려는 국내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SCM을 도입한 삼성전관의 경우 올해에만 5백억원의 재고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CM이 대기업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견기업들은 자원과 시설 모두 대기업에 비해 열세인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SCM를 서둘러 도입해야 하는 입장이다.

 IMF 한파와 글로벌한 기업환경에 놓이면서 기업경쟁력의 향상이 다급한 과제로 다가온 국내 기업에 있어 SCM은 바로 불가피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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