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창업학교

 경제부처치고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안 내놓은 데가 없다.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지닌 대학에 창업지원센터 설립·지원은 경쟁을 벌일 정도다. 대학 벤처동아리 설립까지 지원하는 부처도 있다. 대학에 벤처창업 열기가 거세진 것은 당연하다.

 20대, 한창 공부에 열중해야 할 대학생들이 창업 붐에 편승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려는 듯 하나같이 창업을 꿈꾸고 있다. 때문에 자신으로서는 기발하다고 판단한 아이디어나 신기술을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 볼 겨를도 없이 졸업 이전 혹은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서두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만일 실패하면 젊은 나이에 곧바로 실업자가 된다. 또 대학생들이 신기술에만 의지해 창업하는 만큼 장비나 자본이 그다지 필요없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정보통신 등에 국한된다. 이는 곧 전국의 대학생들이 전자·정보통신 분야로 몰려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이란 신기술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창업을 위해서는 자본·부지 등 유형적 요소 외에 경영·회계·법률·정보 등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각종 무형의 요소들도 갖춰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은 정부 지원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다. 유형자본은 스스로, 무형자본은 벤처회사들끼리 생존전략을 찾으며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우리는 창업을 어떻게 하면 많이 하게 할 것인가보다 창업회사를 어떻게 하면 많이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에 정부의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을 위한 자금 지원보다는 창업 회사들이 기업을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무형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는 「벤처만이 살 길」이라며 요란하게 부추기면서 공공기관뿐 아니라 대학·학원·기업체에서까지 각종 창업강좌를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장 3주 정도 가르치는 기존 창업강좌로는 창업가들에게 경영기법을 알게 할 수 없다.

 대학가에 창업 분위기 조성은 이뤄졌다. 이제 경영계열 교수들이 경영관련 기법을 전수할 때다. 특허 지원, 기술 정보 및 기술인력 관리, 새로운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 검증을 위한 지원 등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창업학교로서 기능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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