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업계 "현안" 합의 의미와 과제

 가전업계가 지난 95년부터 추진해 온 가전제품 표준화·부품공용화 방안을 비롯해 전자제품 표시용어에 대한 표준안을 확정한 것은 전자업계의 오랜 숙원을 해결한 것으로 매우 뜻깊은 일이다.

 가전제품 표준화·공용화 추진협의회가 이번에 확정한 부품 표준규격은 컬러TV·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청소기·기타 소형가전제품 등 총 14개 제품에서 공용화가 가능한 40개 부품으로 수적으로 그리 많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부품 표준규격을 마련하는 일은 세트업체나 부품업체간의 투자조정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원만한 타결이 쉽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였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의 의미를 결코 축소해석할 수는 없다. 이번 작업에 가전3사와 부품업체 55개사 관계자 7백20명이 대거 참여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추진협의회는 규격표준화 대상부품 가운데 아직 확정하지 못한 컬러TV나 소형가전제품의 관련부품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표준규격을 확정하기로 했다고 하니 올해말까지는 당장 시급한 부품표준화 1차 대상과제가 거의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전자산업진흥회는 또 내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2단계 표준화·공용화사업을 실시키로 하고 이를 위해 이달부터 99년 2월까지 4개월간 2차 표준화 대상과제의 발굴에 나서기로 해 부품의 표준화·공용화 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진흥회는 특히 2단계 표준화사업은 앞으로 전개될 전자상거래 시대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 실증모델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하니 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가전3사가 그동안 제각각 표시해 온 가전제품 용어를 표준용어로 통일, 앞으로 개발하는 제품부터 이를 적용키로 한 것도 그 의미가 크다. 컬러TV·VCR·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에어컨·청소기 등 7대 가전제품의 기능 및 버튼 명칭과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용어 등 총 3백50개 용어를 표준용어로 통일키로 한 것은 그동안 가전업체들이 비슷하거나 동일한 기능에 대해 각각 다른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혼란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일대 용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사실 가전업계의 이같은 합의는 당장 자금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겠지만 부품을 공용화하고 사용용어를 누구나 알기 쉽게 통일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보다 많은 투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내년 6월말 수입선 다변화 제도의 전면 해제가 예고되고 있는 등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지금 가전제품의 경쟁력 강화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이런 점에서 가전업체들이 가전전략 연구기능을 확대, 백색가전제품 개발을 강화하거나 저소음 기술역량을 높이기 위한 소음진동연구센터를 설립, 가동에 들어가는 등 일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전제품의 소음관련 KS규격의 경우 오래 전에 일본 JIS규격을 그대로 따와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다 세계규격(ISO)의 소음레벨 측정기준과도 달라 국내 가전업체들이 수출을 위해서는 별도로 소음레벨을 측정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국산 가전제품의 소음관련 KS규격을 세계 규격에 맞게 개정, 소음레벨 측정 및 표기방법을 통일하고 측정기준도 현실에 맞도록 개정하는 등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가전제품 모델의 대폭적인 축소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전3사는 올들어 극심한 내수부진에 따라 이미 몇몇 제품에 대한 모델별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다양한 모델별 제품의 생산은 결국 재고부담 증가와 생산비 증가 등으로 채산성 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으므로 차제에 구색맞추기식의 다양한 모델별 제품 생산전략은 재검토해야 한다.

 이밖에 선진국간에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다자간 상호인증협정(MRA) 체결 움직임에 대비, 전기용품·정보통신기기에 대한 국내 품질인증시스템의 합리적인 정비방안 마련에도 가전업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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