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정보화 패러다임"을 바꾸자

이양동 LG인터넷 사장

 최근 정보통신분야 하이테크 기업 육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 기업들의 지식경영과 지식근로자 양성도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이슈들을 통해 정보화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몇 년간 언론사들이 주도한 정보화 캠페인이 일반인들의 정보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또 정부가 주도해 온 학교정보화 등 각종 정보화 시책을 통해 국가정보화 수준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보근로사업, 벤처기업 자금지원, 정보대국 등 여러 가지 시책들이 시행되거나 준비되고 있다.

 언론사나 정부의 이같은 활동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활동이 이슈제기나 인식제고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는지 또는 각종 사업들이 투자한 만큼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초고속 통신망과 같은 과거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보화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고 그 속에서 적절한 정부의 역할을 찾으려는 진지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경제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는 기업의 역할과 노력 못지 않게 정부의 역할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소중한 국가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지 정부 당국자의 관심사만이 아니라 기업인과 우리 모두의 이슈라 할 수 있다.

 이런 뜻에서 이제는 정보화에 있어 어떻게 건전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시각으로 바라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시장이 형성되려면 먼저 이용자들의 실질적인 수요가 전제돼야 한다. 컴퓨터 학원에서 초등학생에게 「액셀」을 가르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바로 현실이다. 개인이 컴퓨터나 인터넷을 실생활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내지 못하고 막연하게 「남들이 하니까, 필요하다고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하는 것」으로 접근해서는 실효가 없다.

 기업이나 사업이 건전하다는 것은 수익성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뜻한다. 수요를 바탕으로 사업자들, 특히 벤처기업들이 수익성 있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뿌리내릴 수 있는 정보화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인식 아래 정부의 올바른 역할이 무엇인지 재정립해야 한다. 캠페인을 하거나 구체적인 사업을 주도하는 것, 자금을 대출해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전한 수요와 시장을 형성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 그 가운데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싶다.

 먼저 시내전화 요금, 특히 인터넷 통신용 시내전화 요금의 인하다. 정부와 공기업들이 지난 수 년간 추진해 온 초고속 통신망 사업은 전형적으로 해외 선진국에서 하니까 우리도 따라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한 것이다. 건전한 수요와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말해 전화접속을 통해 일반인이 인터넷을 쓰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초고속 통신망의 구축이 선결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보화를 앞당기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인터넷 통신에 대한 시내전화 요금을 낮추는 것이다. 독일이 인터넷용 시내전화 요금을 낮춘 이후 인터넷 사용이 단기간에 수 배로 증가한 사례에서도 그 효과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미국처럼 시내전화 자체를 정액제로 하기 어렵다면 인터넷 및 PC통신용 시내전화(특히 014XY)의 경우 사용시간에 관계없이 월 5천원 이내의 정액제나 통화당 시간에 관계없이 1백원 이내의 정액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시내전화 요금을 인하하면 인터넷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를 통해 PC 등 정보통신기기 매출확대나 관련 벤처기업의 사업기회 형성 등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2년 정도의 한시적인 기간 동안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되는 모든 상품의 부가세를 면제하는 방안이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만큼 시장의 크기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전자상거래로 거래되는 상품들의 가격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통해 국내 유통구조의 개선이 가져올 장기적인 효과를 예측해 볼 때 이러한 방안은 충분한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간의 전자상거래에 대해서도 무자료 거래나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세금감면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일정 기간 동안 개인이 PC를 구매할 경우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내 PC시장이 죽어가는데 SW 벤처기업이 살아날 수는 없다.

 결국 정보화란 일반인들의 실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야 성공할 수 있다. 빌 게이츠의 표현대로 21세기는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인터넷과 컴퓨터의 활용이 전제되는 「웹 라이프스타일(Web Lifestyle)」의 시대가 될 것이다.

 정보화는 이런 시대에 우리 국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며 건전한 시장의 형성을 전제로 접근할 때 가장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방안들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