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업계의 "공격적 경영"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기업들마다 내년도 사업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바쁜 시기다. 특히 IMF로 인해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또 급변하고 있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좀더 전략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말 우리 경제가 IMF체제로 편입되면서 전자업계 경영은 긴 안목을 내다보는 장기계획에 의한 것보다는 당장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온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사업구조조정에 따른 과감한 조직 및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투자 역시 중단되거나 보류됐다. 여기에 한푼의 달러라도 벌어들이기 위해 출혈수출인지 알면서도 수출확대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게 지난 1년 동안의 국내 전자업계 모습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내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종합전자업체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공격적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전자3사는 내년부터 그동안 중단했던 투자를 재개하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중심으로 과감한 공격경영을 전개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전자3사는 미래 핵심사업 분야의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디지털 정보가전·반도체·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주력산업에 대한 투자를 재개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이와 함께 제품의 수익성 향상과 함께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합리화로 채산성을 개선하는 한편 수출극대화로 불황을 적극 타개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전자3사의 내년도 사업계획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년 국내 전자산업의 기상도를 어느 정도 점쳐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전자3사가 내년도 사업계획을 공격적으로 세우겠다는 것은 내년 상황이 현재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든지 아니면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전자3사 모두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든지 하는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의 시장조사 전문기관들이 내년도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어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전자3사의 내년도 사업계획의 이면에는 어떠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나름대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전자3사는 지난 1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왔으며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 주력시장의 붕괴와 원화가치 상승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 늘어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같은 전자업체들의 노력은 내년에 가시화될 것이며 특히 환율이 안정되면서 수출 드라이브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바로 이같은 시나리오가 전자3사로 하여금 올해보다 훨씬 개선된 경영환경을 기반으로 매출확대전략을 전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은 자명하다. 아시아 금융위기나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같은 돌발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이것은 곧바로 수출주도의 국내 전자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세계 경제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더욱이 한층 혼돈스럽게 전개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선진기업들과의 비교우위를 통한 구조조정 노력이 한층 배가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IMF 체제를 조기에 극복하면서 다가오는 21세기를 대비해야 하는 만큼 예년과 달리 그 의미가 크다. 한해를 마무리짓고 다가오는 새해를 설계해야 하는 요즘, 국내 전자업체들 모두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모습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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