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해석 프로그램의 기술자립

 엔지니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종 계산을 하거나 해석보고서를 작성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프로그램을 이용한 엔지니어링은 신뢰성과 생산성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전기 분야의 예만 들더라도 고장전류 계산, 안정도 해석, 고조파 분석 등 계통해석 분야와 전계해석·구조해석 등 다양한 용도의 프로그램이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 가운데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외국에서 고가로 수입된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손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긴 안목에서 볼 때 다양한 기초 기술력 확보를 통한 국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우리의 당면과제와도 거리감을 갖게 한다.

 비단 해석 프로그램 관련기술 분야뿐만이 아니겠지만 관련산업 분야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나름대로 해석 프로그램의 기술자립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산·학 협동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산업계에서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높은 성장을 이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짧은 시일내에 기술을 확보하기란 어려운 것이어서 외국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각종 계산 및 해석이 당연시돼 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충분한 개발력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본다. 다만 그 개발비용의 회수가 의문시될 뿐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하에 산·학 협동으로 개발을 하면 우수한 프로그램이 완성될 것이라 확신한다.

 둘째, 산업계가 개발된 프로그램 중 객관적 성능을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는 노력과 함께 일단 성능이 검증된 제품에 대해서는 이를 신뢰하고 이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고객이 찾아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물론 그만큼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외국의 프로그램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내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해야 하며 정부기관부터 앞장서서 이를 권장해야 할 것이다.

 셋째, 프로그램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엔지니어는 업무에 있어 최소한 간단한 계산을 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계산에 얽매이게 된다. 그 예로 배전반 설계자는 배전반내 온도상승이 얼마인지, 애자의 지지간격을 얼마로 해야 단락내량이 충분한지 등 무수히 많은 계산을 한다. 이처럼 수작업 계산을 요하는 많은 부분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모든 엔지니어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이용하기 편리하고 이해하기 쉬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면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프로그램 활용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다루기 쉽고 출력 리포트도 보기 쉽게 개발돼야 한다.

 멋진 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사·제조업체·시공자가 기술을 공유하고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나의 회사가 대형 프로젝트를 입안하고 용량 선정에서부터 시공까지의 기술을 이끌어가기란 곤란하다. 따라서 어느 분야에서나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공통의 계산·해석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하는 방향을 마련한다면 경제적 이익과 기술자립은 물론 엔지니어에 대한 수고까지 덜게 되면서 우리나라도 경쟁력을 갖추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