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특정연구개발사업 9건 97년 중도포기

 차세대 반도체 스퍼터 개발, 청녹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 등 정부가 핵심연구개발과제로 추진한 특정연구개발사업 중 9건이 지난해 중단돼 거액의 연구비를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기술부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97년도 한해동안 특정연구개발사업 가운데 9건이 86억4천1백만원을 투입한 채 연구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중 하차한 주요 연구과제를 보면 차세대 반도체 스퍼터 개발, 정보전자에너지 첨단소재개발과제 중 초내열 합금 디스크 금형 단조기술 개발, 청녹색 LED개발, 수처리용 분리막 기술 등으로 이들 연구과제는 지난 92∼95년 연구개발에 착수, 연구개발 종료시점을 불과 1년 또는 수개월 앞둔 시점에서 중단됐다. 특히 이들 9개 연구과제는 총투입 예상연구비 1백11억4천1백만원 중 77.6%인 86억4천1백만원을 사용한 상태에서 중지됐다.

 한국반도체연구조합이 주관한 차세대 반도체 스퍼터 개발과제는 93년 11월 연구개발에 착수해 개발종료 시점인 97년 11월을 불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총연구비용 36억7천3백만원 중 34억2천8백만원을 사용한 채 중지됐다. 삼성전자와 한국베리안이 공동참여한 이 과제는 특히 한국베리안이 미국 본사의 기업간 합병으로 사업종료 전 과제 수행을 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총괄한 정보전자에너지 첨단소재개발분야 초내열합금 디스크 금형 단조기술개발과제는 93년 9월 연구개발에 들어가 연구마감(98년 7월)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총연구비 13억2천8백만원 가운데 9억2천8백만원을 사용한 채 중단됐다. 이 과제는 연구개발 결과의 상업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세명전기공업과 협약이 중단, 도중 하차했다.

 KIST가 주관한 청녹색 LED개발의 경우도 92년 11월 연구에 들어가 연구종료 1년을 앞둔 지난해 7월 연구개발 결과에 대한 상업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연구개발비 8억9천4백만원 중 7억4백만원을 소진한 채 멈췄다. 또 KIST가 추진한 정보전자에너지 첨단소재개발분야인 수처리 분리막기술개발도 92년 9월 연구에 착수, 종료시점 1년을 앞둔 지난해 7월 사업참여기업인 진로의 경영악화로 연구개발이 중단됐다.

 이밖에 5건의 과제들도 전체 연구비의 절반 이상을 사용한 채 업체의 경영악화, 상업화 불가능, 연구개발중인 연구과제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도중하차했다.

 이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특정연구개발사업과제가 예산만 낭비한 채 중단된 것은 과제 심사 때 선진국의 기술동향, 참여기업체의 기술력 및 재정능력 등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않고 무리하게 과제를 선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가 중점 추진중인 특정연구개발사업이 중단된 시점이 IMF 구제금융 신청 이전의 일이며 연구과제 중 7건이 국내외에서 선도물질, 선진기술이 개발된 데 따른 협약 중단이어서 사전 기초기술조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정연구개발사업 중단은 이에 따라 연구개발 추진주체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하고 보자는 식의 과제신청과 기술환경을 무시한 정부의 특정연구개발사업과제 선정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전=김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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