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업계가 전자·정보통신기기 등 세트업체의 무차별적인 납품 단가 인하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다.
23일 PCB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국내 주요 세트업체들이 국제 가격 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PCB를 비롯한 전자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 대해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할 뿐더러 인하폭 또한 PCB업계가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세트업체의 경우 분기 혹은 반기별로 납품 단가를 협의해오던 기존 상거래 관례를 무시하고 납품 때마다 가격 인하를 요구, 대부분의 PCB업체들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중견 PCB업체의 한 사장은 『연초 ㎡당 2백달러 정도에 달하던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의 납품 단가가 최근 들어서는 1백60∼1백80달러 선에서 결정되고 있으며 관통홀 수가 적은 MLB의 경우 1백50달러 선에서 가격이 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정도 가격은 순수 PCB 생산 원가도 건지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상당수 PCB업체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세트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놀계 양면 PCB업체의 한 임원은 『올초 ㎡당 1백달러 수준이던 양면 제품의 납품 단가가 현재 80달러 정도로 떨어졌으며 일부 저가 제품은 50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세트업체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최근들어 벌어지고 있는 세트업체의 무차별적 납품 단가 인하 압력은 PCB업체가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고 있다』면서 『세트업체들이 자체적인 경영합리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기보다 납품 단가를 인하하는 손쉬운 방법을 고집해 협력업체에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성토했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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