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사업교환(빅딜)」과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IMF사태를 맞기 이전에 이같은 말을 몸소 실천에 옮겼더라면 현재 「제2의 국난」이라는 암울한 상황은 결코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일견 남는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때는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들이 그간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온 잘못된 관습과 관행을 과감하게 버린다면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역사가 우리 앞에 펼쳐지리라 기대한다.
빅딜과 관련해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보자. 세계적인 기업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특수효과 소프트웨어 부문인 소프트이미지를 2억5천8백만 달러에 방송장비업체인 아비드테크놀로지사에 매각했다. MS가 사업부문을 통째로 매각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언뜻 보기에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상호간의 계약조건을 곰곰이 따져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MS는 현금 이외에 아비드 전체주식의 9.2%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MS는 이를 3년 동안 팔지 못하는 동시에 5년간 9.2%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는 것이 계약의 주 내용이다.
내용을 아는 사람은 당연히 감탄사를 발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체인 MS가 자존심을 버리고 지난 3년간 의욕적으로 투자해 온 사업부문을 과감하게 넘김으로써 미래를 열었으며 인수업체는 이같은 조건을 수용, 해당분야의 강력한 경쟁사를 파트너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두 회사간 「윈윈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영국 레닝대학 존 더닝 교수의 「동맹자본주의 이론」에 의하면 기업들은 내부의 지식자산을 활용하기 위해 지식경영을 도입하고 외부로부터 이를 흡수하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제휴에 나선다고 한다. 이는 기업들이 지식자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떠한 적과도 서슴지 않고 제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대기업들간의 인수·합병이 무차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벤츠와 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과 롤스로이스,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 컴팩과 DEC 등이 그 좋은 예다.
산업혁명을 지나 정보통신혁명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는 곧 지식혁명시대를 맡게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기업을 평가할 때 매출액이나 금융자산, 시장점유율 등 주로 외형적인 지표에만 의존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기업내에 존재하는 조직력과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지식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즉 지식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는 지식기업이 앞으로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시대에 따라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미국 MS나 인텔 등 대표적인 지식기업들이 외형에 비해 높은 시장가치를 누리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식가치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들도 이런 지식경영 대열에 하루빨리 동참해야 한다. 지식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변화를 간과해서는 세계시장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법이다.
우리 사회가 그간 「일류」 「일등」을 지향했다고 하나 진정한 일류를 길러내는 데는 매우 인색했다. 그래서 「우물안 개구리」 등 가짜 일류들이 더 많이 배출됐다고 본다.
<유윈정보시스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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