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내년도 정보통신 연구개발(R&D) 사업으로 모두 7천6백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될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지만 정통부가 IMF 이후 경기위축과 함께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정보통신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한다고 전격 발표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정통부가 밝힌 정보통신 연구개발 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02년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의 정보대국으로 육성, 발전시켜 유능한 정보통신 인재를 가진 나라(Man Power-up), 세계에서 인터넷을 가장 잘 쓰는 나라(Internet Power-up), 세계에서 콘텐츠를 제일 잘 만드는 나라(Contents Power-up)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통부는 이러한 계획에 맞춰 내년에 우선 CDMA 고도화, 인터넷 활성화, 교육 및 산업정보화와 관련된 28개 분야 전략 핵심기술에 모두 6천2백억원을 투입하고 정보통신 인력양성 사업에 8백30억원, 기술표준화 사업에 2백10억원, 중소기업의 연구기반조성 사업에 3백60억원을 두루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정통부의 이같은 투자계획은 정보통신산업을 국가경제발전의 핵심산업으로 육성시키는 데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볼 만하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정보통신산업은 연평균 29.8%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경제발전의 선도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번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은 물론 창의적인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인터넷으로 각종 무역정보를 교환하는 디지털 무역시대를 앞당기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정통부가 93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연평균 3천억원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했고 IMF체제에서도 지난해 못지 않은 거액을 지원금으로 책정했다는 점에서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정통부는 이 계획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이 기대 이상의 실효를 거두지 못한 전례를 보면 계획 자체가 잘못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계획은 잘 세웠지만 운영주체가 업무실행 과정에서 목표달성에만 연연해 체계적으로 추진하지 못했거나 환경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지 못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정통부의 정보통신 연구개발 계획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향후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핵심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산업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기초기반기술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 연구개발비 배정에 있어선 기술의 발전가능성보다는 많은 업체에 자금이 돌아가도록 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그 결과 일부 업체의 경우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회사운영자금으로 유용하는 일도 있었다. IMF 이후 많은 정보통신업체들이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주장이 오히려 기업육성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의 자금지원이 첨단기술 개발에 있다는 점에서 정통부는 향후 기술의 유용성에 따라 자금지원을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업의 자금지원 결정 때 정부 관계자를 포함해 기술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 자금지원이 엄격한 기준과 조건에 따라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또 정보통신개발비 지원 이후 연구과정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자금지원 이후 그 자금이 어떻게 활용되고 연구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가 정보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연구개발비의 지원과 함께 해당기술이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통부는 이번 연구개발비 지원과 관련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콘텐츠와 전파기술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시장변화에 비춰볼 때 이들 전문인력 양성은 필수불가결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현재의 인력양성을 위한 인프라로선 시장변화와 산업수요에 맞는 유능한 전문가를 키워내는 데 문제가 많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대로 유능한 콘텐츠와 전파기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이론과 실무를 겸비할 수 있는 정부운영의 전문교육기관 설립과 함께 각종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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