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일본문화

 본류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특히 오랫 동안 외부와의 교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진화의 속도가 더디어지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고립돼 있는 지역의 생태계에서 「화석생물」로 불릴 정도로 독특한 종들이 발견되는 것도 이들 지역이 지각변동으로 대륙에서 떨어져 나갔건 아니면 다른 이유로 고립됐건간에 전혀 외지와 교류를 갖지 못한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과거 유교문화의 발상지였던 중국에서도 일찍이 허용된 동성동본간의 혼인이 우리나라에서는 용납되지 않고 있는 것이나 근대화 시기에 악명을 떨쳤던 일본의 「순사」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경찰로 발전한 반면 우리나라에는 일제 순사의 잔재가 있다고 평가되곤 하는 것도 이같은 이치와 아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저질·퇴폐란 수식어를 갖다 붙일 정도로 일본문화를 애써 폄하하면서도 사회 각 분야에서 일본의 문화를 적지 않게 본따고 있다.

 우리 산업 가운데서 전자산업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던 이면에는 「일본」이 있었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고, 전자업계 원로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 기업가와 친분이 있거나 도움을 받았다는 것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미 경제·산업적으로는 과거부터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유독 「문화」쪽에서는 터부시해 온 것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늘상 TV를 통해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상당수가 일본의 것이고, 음반이나 영화도 청소년층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상당히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이들이 매료돼 있는 일본문화가 모두 퇴폐적이거나 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일본 문화산업 시스템의 강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경쟁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일본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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