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일방적인 상영취소 횡포가 여전하다.
최근 (주)서강기획과 (주)보은영상이 수입 배급하는 영화 「센스 오브 스노우」(감독 빌 어거스트)가 주상영관인 명보극장의 갑작스런 상영취소 방침으로 당초 개봉예정일이었던 24일 상영이 무산됐다.
이는 명보극장이 최근 상영중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장상영키로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배급사측은 이미 「센스 오브 스노우」의 프린트를 서울 2∼3개, 지방 13개 영화관에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24일에 맞춰 진행한 홍보·마케팅도 허사가 되는 등 뜻밖의 피해를 보고 있다. 이 영화의 홍보를 맡은 이손기획의 한 관계자는 『서울지역 주상영관이 없을 경우 영화자체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개봉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개봉 직전에 영화상영이 취소되는 일은 빈번하다. 특히 소규모 영화 제작 및 수입회사들은 안정적인 배급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엠마」 「로리타」와 같은 영화는 무려 1년 이상 개봉이 연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영화배급사와 영화관 사이에 개봉일정 및 작품에 대해 문서상의 계약이 아닌 구두로만 약속하는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 계약을 문서화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관 마음대로 개봉의 가·불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불합리한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물론 영화관측이 문서계약을 달가워하지 않은데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배급사들의 입장에서 이를 요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화 개봉일에 맞춘 홍보·마케팅이 물거품 되는 등 영화사 및 배급사들의 경제적·시간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배급사가 러닝개런티(영화 흥행성적에 따른 사후 결제)계약이 아닌 사전 판권구매방식을 택했을 경우에는 환율변동과 같은 상황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저하되거나 적자로 문을 닫는 일까지 발생한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자체 영화 배급망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영화제작사 및 수입배급사들로선 언제나 영화관들의 불평등 계약 횡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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