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벤처기업 경영자를 만나면 대부분 투자자금 확보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창업투자회사나 벤처 캐피털에서 기업공개(IPO)를 앞둔 우량기업에만 투자할 뿐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난해 설립한 원자 현미경 전문업체 PSIA(대표 박상일·40)는 분명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PSIA는 박상일 사장이 지난 88년부터 미국에서 경영했던 PSI(Park Scientific Instruments)사를 매각한 후 한국에 새로 설립한 회사로 창업할 때부터 한국종합기술투자(KTB)에서 창업 및 초기 운영에 필요한 자금(10억원)을 풍부하게 지원받았다.
그러한 데는 이 회사가 최근 차세대 반도체 등 초정밀 제품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원자 현미경(제품명 SM5)을 개발, 투자자들의 기대를 1백% 충족시켰기 때문.
첨단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갖춘 SM5는 각 시료 표면의 굴곡도와 측정범위에 맞춰 피드백 패러미터, 스캐닝 속도 등을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경쟁사인 DI사의 제품의 경우 사용자가 이러한 측정조건들을 수동으로 맞춰야 하는 것에 비하면 SM5는 기존 제품보다 한 단계 앞선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좌표 변환과 기준점 설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등 우수한 탐색기능을 갖춰 웨이퍼상에서 원하는 위치를 불과 수초 안에 찾아갈 수 있다.
초정밀 측정장비로 알려진 원자 현미경은 수천만배의 배율을 가지고 있으며, 보통 수십만 배율까지 볼 수 있는 전자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었던 물질의 원자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어 이미 재료공학·정밀화학·분자생물학 등의 분야에서 연구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차세대 반도체 생산용 원자 현미경의 공동개발 계약을 맺은 바 있는 PSIA는 이달 말까지 이 제품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M5는 반도체 생산공정용 계측장비로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다른 반도체 생산국으로의 수출이 기대되고 있다.
이 제품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연구용 제품도 10만 달러에 달하고 반도체 라인 등에 투입되는 산업용 제품은 평균 50만 달러를 호가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따라서 이 회사는 지난해 총매출이 3억원에 그쳤으나 올해에는 수출에 주력, 30억∼4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무엇보다 박 사장이 미국에 있을 때 이미 원자 현미경 개발 및 생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평가하고 있다.
박 사장은 미국 벤처 캐피털리스트들로부터 기술과 회사경영 능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국내 창업투자 회사들로부터 손쉽게 풍부한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다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불과 1년여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77학번)와 미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박 사장은 지난 88년 실리콘밸리에서 PSI사를 설립, 연구용 원자 현미경의 상업화에 성공한 바 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해 PSI를 서모스펙트라(ThermoSpectra)에 1천7백만 달러로 매각하고 귀국한 후 PSIA를 설립, 산업용 원자 현미경의 개발로 한국에서 제2의 벤처신화를 일으키고 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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