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정보대국을 위한 "환경정비"를

 「21세기를 향한 한국경제의 재도약」이라는 부제로 한국의 위기 대처방안을 제시했던 한 컨설팅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의 지식격차 해소, 즉 두뇌강국이 돼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두뇌강국이란 지식사회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기간산업이 2차 산업 중심에서 정보통신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3차 산업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산업 전반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살핀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정보통신을 미래의 주력 기간산업으로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는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시작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보통신산업을 글로벌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인 통신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논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더불어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위한 논의에는 △글로벌 경쟁 하에서 국내 통신산업 역량강화를 위한 방향제시 △통신산업 분야별 발전전략 제시 △새로운 통신시장 환경에 걸맞은 통신산업 정책수립 및 환경조성 등이 포함돼야 한다.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위한 환경정비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정보통신산업 전반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국익을 고려해 전략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 각 분야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 시장성을 고려해 분야별 전략을 도출하고 이러한 계획들이 글로벌 환경 아래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정보통신산업은 크게 장비제조·서비스(정보전달)·콘텐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IEC에 따르면 97년 전세계 시장에서 장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7.9%, 서비스는 34.9% 그리고 콘텐츠는 37%인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2005년에는 이 비율이 각각 25.1%, 31.4%, 43.6%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시장 및 환경변화를 고려한 국내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 한국의 정보통신산업 비전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통신산업 전반에 대한 비전과 방향이 설정되면 그 다음은 각 분야에 대한 발전전략이 제시돼야 한다. 장비제조 분야는 한국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력과 시장성을 고려하고, 국내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품군들을 분석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 또 국내에 기술은 없으나 해당 기술이 갖는 중요성이 높을 경우 선진기업과 제휴를 하는 방향 등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도출돼야 한다. 이와 함께 장비제조와 통신서비스를 겸하는 것에 대해서도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참고로 미국 루슨트사는 AT&T와 분리된 이후 2년 사이에 주가가 6배 이상 뛴 선례도 있다.

 통신서비스 분야는 우선 50여개 사업자가 분점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업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유선통신과 무선통신 사업이 분리돼 있는 환경과 CT2·무선호출·무선데이터 등 인프라별로 세분화돼 있는 사업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공동의 수익을 위해서 평등한 전략적 제휴가 가능한 통신사업자 육성전략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검토는 정부주도형이 아니라 시장의 논리와 기업의 속성에 따라서 움직이고 운영되는 민간주도형이 돼야 할 것이며 공기업과 사기업의 경계나 제한도 없어야 한다.

 콘텐츠산업은 점차적으로 정보통신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이 거대한 자본을 투자해 세계적 강자임을 과시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국내 시장을 겨냥한 지역화 콘텐츠 분야나 틈새시장을 지향하는 발전전략을 중심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비전과 방향설정, 분야별 발전전략 수립에 이어 마지막으로 정리해야 할 것은 글로벌 산업환경에 적합한 정책과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에서 논의한 것에 대해 심층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정보통신 산업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유의해야 할 것은 외국의 정책과 제도를 국내에 도입할 경우 폭넓은 자료를 분석하고 파급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장거리사업 중심의 경쟁분위기를 조성하는 FCC가 있는 반면 시내 부문에는 다소 보수적인 PUC라는 이원적 규제기관이 있어 적절한 보완관계가 성립돼 있다는 것도 참고해 볼 만하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현실이 정책수립에 반영돼야 한다. 트래픽의 주도권이 음성에서 데이터로 넘어가고 서비스마다 별도의 인프라를 운영하던 환경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동일한 인프라에서 제공하며, 물리적인 거리에 따라 장거리·시내 등으로 구분했던 것에서 이제는 대역폭과 속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 등이다.

 21세기 정보대국 건설은 새로운 천년을 맞는 우리나라가 이루어야 할 비전이자 목표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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