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주기판 생산업체는 약 1백개에 달한다고 한다. 주기판 생산업체가 3, 4개에 불과한 우리나라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들은 전세계 주기판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그 위세가 엄청나다.
특히 그들의 주기판 수출능력은 상당하다. 전세계 유수의 PC제조업체치고 대만산 주기판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 별로 없다.
대만의 주기판 제조회사에는 세계적으로 1, 2위를 다투는 제법 알려진 회사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그 회사들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대기업이 아니다.
종업원 5백∼7백명의 중소업체들이다. 작은 조직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중국이라는 특별한 노동시장까지 주변에 두고 있다.
중소기업 중심의 사회적인 여건과 더불어 근면한 그들의 국민성이 오늘날 대만의 정보기술(IT)산업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신용도에 따라서 조건없는 외상거래도 할 수 있을 만큼 대만 회사들의 수출방식은 독특하다. 내수도 아니고 수출이 아무런 담보나 보증없이 외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큰 무역사고 없이 수출입에 관계된 회사들은 서로간의 신용을 지켜간다.
바로 이런 점이 그들의 경쟁력 확보 비결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대만의 상당수 업체들은 은행의 자금보다는 투자회사들의 자금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자부담이 높은 은행자금을 이용할 경우 제품원가 상승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비용부담이 적으면 제품의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고 낮춰진 생산단가로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2천만명 정도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내수시장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대만의 기업환경이 수출 주도의 경제구조로 바뀌게 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내수에만 의존하는 우리에게 있어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우리나라 그래픽카드 시장을 주도해 오던 두인전자와 가산전자가 차례로 쓰러졌다. 소위 잘 나가던 멀티미디어 카드 전문회사가 불운을 맞게 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업계 종사자들은 무척이나 놀라고 당혹스러웠다.
우리나라 컴퓨터산업 환경상 있어서는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느낌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기업들은 대만 기업들이 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그들의 지혜와 유연성을 배워야 한다.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을 배우고 또 기업경영 방식을 우리의 처지에 맞게 수용해야만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경영자의 적극적인 경영사고와 굽힘없는 투지가 요구된다.
우리 민족은 대만인보다 월등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내수가 취약한 대만에 비해 인구가 2배 이상인 우리나라는 결코 뒤질 것이 없으므로 다부진 결심으로 다시 한 번 힘차게 달려야 한다.
<에스티컴퓨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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