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98 방송프로그램 자료집" 분석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 3사가 방송하고 있는 시사고발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이 최근들어 선정주의 경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으며 원인분석이나 구체적인 대안없이 사실 고발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98방송프로그램 자료집」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각 방송사의 시사고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추적 60분」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 「뉴스추적」 「시사매거진 2580」 「추적 사건과 사람들」 등 총 6편으로, 전체 방송시간의 1.9%를 차지하고 있으며 조사기간 중 방송된 총 34개 소재 가운데 사회세태를 다룬 것이 7개로 가장 많았고 복지(5개), 사회질서(4개), 문화(3개), 북한 및 대북정책(3건), 인권(3개) 등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시사고발 다큐멘터리가 선정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들 프로그램의 소재는 수많은 사회현상 중 사회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되거나 사회전체에 만연될 우려가 있는 공적 이슈를 다뤄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성과 관련된 소재에 집중되거나 사회 일부의 병리현상을 일반적인 문제로 왜곡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사기간 중 방송된 시사고발성 다큐멘터리의 34개 아이템 가운데 8개 아이템이 프로그램 전체 또는 일부에서 성과 관련된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신매매·매매춘·윤락업소·동성애·청소년 성풍속도 등이다. 또 내용구성과 표현방식에 있어 취재원의 자극적인 인터뷰 내용을 여과없이 인용하거나 자극적인 화면과 음향으로 사건을 극화하는 등 선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자극적인 내용의 재연기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사고발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흔히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기 위한 장치로 재연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건내용을 극적으로 과장하기 위해 재연화면과 함께 색필터를 사용하거나 자극적인 배경음악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시사고발 다큐멘터리는 유인취재나 몰래카메라, 강압적이거나 유도성 인터뷰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현행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방송에서 시사고발성 내용을 다룰 때는 공개적인 방법으로 취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공공의 목적에 부합할 경우에 한해 유인취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또한 방송 3사의 방송강령도 「모든 방송자료는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하며 위장이나 속임수로 취재나 촬영협조를 받지 않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영국 BBC의 경우 프로듀서 가이드라인 역시 취재진이 은밀하게 녹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촬영장비 설치, 몰래카메라나 마이크 사용은 촬영대상이 범죄를 저질렀거나 반사회적인 행위에 연루됐음이 명백한 경우에 한할 것과 공공장소보다 사적인 장소에서 이를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송위원회측은 이와 함께 사회고발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내용을 「문제제기」 「원인분석」 「대안제시」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주로 「문제제기」 측면에 치우쳤으며 총체적인 원인분석이 드물거나 원인분석 자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대안제시」는 구체적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단정적이거나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방송위원회는 이같은 시사고발성 다큐멘터리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시사고발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관한 방송기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안)에 따르면 유인취재, 카메라 및 마이크 은닉을 통한 취재행위는 공공의 이익증진과 부합하는 경우, 명백한 범죄 또는 반사회적인 경우에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모자이크 처리나 소프트포커스 처리시 보다 신중을 기해 초상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시청대상자의 정서와 수준을 고려해 소재를 선정하고 단발적인 일부 사회병리현상 등 선정적인 소재 선택을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내용구성면에 있어서도 단순히 사실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원인분석과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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