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구조 조정과 모니터사업

 작년 말 국내의 외환사정이 급격히 악화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아래 놓이게 될 무렵 더욱 바빠진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모니터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이었다.

 국내 모니터업계는 올해 들어 원화 평가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로 해외주문이 늘어나면서 올초에 수립한 경영계획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 국내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모니터산업은 수출 효자품목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국내 산업에서 모니터는 실제 반도체 다음으로 많은 수출액을 기록해온 품목이다. 특히 모니터는 소요 자재의 90% 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하는 부품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출에 따른 전방위 효과가 큰 몇 안되는 품목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모니터 생산실적은 약 2천만대로 전세계 시장에서 27%의 점유율을 보이며 대만에 이어 세계 2위의 모니터 생산대국의 면모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국내 모니터산업이 효자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아직도 생산물량면에서 대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만 모니터업체들의 주요 성공요인은 모니터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품질을 유지하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생산설비의 확장, 고객의 요구사항을 신속히 충족시키는 경영전략, 빠른 의사결정 및 실행능력을 가능케 하는 기업의 구조적 우월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벤처기업이 사업기반을 쉽게 뿌리내릴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과 해외의 수많은 화교 기업가들과의 연대에 따른 해외 마케팅이 가능한 여건 또한 오늘의 대만 모니터업체들의 성공에 원동력이 됐다.

 세계적인 정보시스템 회사로 성장한 에이서사의 스탠 시(Stan Shih) 회장이 그의 자전적 저서 「Me Too is Not My Style」 에서 『대만은 80년대 들어 미국과 함께 정보산업 분야에서 가장 폭발적인 기술발전과 시장이 창출된 국가』라며 『이는 대만경제의 구조적인 효율성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업 및 국가 경쟁력 분석과 전략 수립의 세계적 권위자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구분한 국가경쟁력 개발의 4단계에 비추어 볼 때도 대만은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으로 경쟁력을 쇄신하고 있는 3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4단계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

 한국의 경우 3단계에 진입하면서 경쟁력을 공고히 할 겨를도 없이 1MF 통제하에 처해진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대만과 한국의 모니터산업은 양국의 첨단 산업전략을 비교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대만은 신속한 혁신과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경쟁력 확보가 손쉬운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인 반면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자본투자 방식으로 경쟁력을 갖춰온 산업구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모니터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지 않고 신속한 의사결정 및 기술개발에서 경쟁우위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만의 구조적인 장점이 돋보인다.

 국내 모니터 제조업체는 IMF시대를 맞아 시행되고 있는 범산업의 구조조정과 맞추어 새로운 방식의 경영전략을 갖춰야 할 때다.

 무엇보다 각 업체들이 현재 대만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CDT를 포함한 모니터 부품산업을 기반으로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과 대기업 중심 조직에 기인한 높은 원가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술개발을 통해 품질의 우수성을 갖춘다면 대만에 내어준 선두자리를 가까운 장래에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전자 전무·모니터사업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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