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라이언 일병 구하기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스필버그가 2차대전을 소재로 해 만든 세번째 영화다. 그리고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을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 어떤 영화보다 전쟁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초반 20여분 동안 『다큐멘터리보다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극영화』라는 찬사를 받아낸 자누스 카민스키의 촬영은 전쟁영화 사상 최고의 장면으로 기억될 만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 가장 치열했던 오르마해변의 전투에서, 빗발치는 독일군의 기관총 세례를 받고 죽어 가는 병사들의 모습은 디지털 사운드의 효과음과 함께 끔찍할 만큼의 고통과 처참함을 경험하게 해준다. 떨어져 나간 팔을 찾기 위해 동료들의 시체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병사, 몸의 절반이 찢겨져 나간 동료의 시체를 끌고 가는 병사, 물 속으로 몸을 피했다가 그대로 총을 맞고 죽어 가는 병사, 튀어나온 내장을 붙잡고 절규하는 병사 등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그리는 화면은 구토와 동시에 비애를 불러일으킨다.

 1944년 6월 6일,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전세를 뒤바꿔 놓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진행된다. 밀러 대위(톰 행크스 분)는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오마하해변으로 향한다. 상륙하는 병사들의 머리 위로 쉴새없이 쏟아지는 총알들은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해변을 피로 물들이지만 노련한 밀러 대위는 해변 탈환에 성공한다. 간신히 지옥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미국 정부로부터 새로운 임무가 부가된다. 네 명의 아들을 전쟁터에 내보내고 그 중 세 명의 아들이 전사한 어머니를 위해 막내인 라이언 일병을 구해내야 한다는 것.

 밀러 대위는 7명의 부대원을 이끌고 라이언 일병을 찾기 위해 떠난다. 그러나 부대원들은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일등병 단 한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야 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그리고 마침내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 분)을 찾아내지만 그는 귀환을 거부한다. 이유는 함께 죽을 고비를 넘기며 다리를 사수하고 있는 동료들을 버릴 수 없다는 것. 결국 밀러 대위는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부대원들과 남아 마지막 전투를 치른다.

 개인적인 과거가 전혀 노출되지 않은 밀러 대위 역의 톰 행크스도 뛰어난 연기자지만 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그와 함께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투입된 나머지 7명의 캐릭터들이다.

 특히 통역병 업햄의 유약한 인간상은 관객들에게 일종의 분노를 자아내며, 전쟁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초반의 전투 신과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해준다. 너무나 스필버그적인 개인감상주의를 통해 끌고가는 결론이 마땅치는 않지만 그래도 『역시 스필버그』라는 감흥을 각인하게 만드는 영화다. 

〈엄용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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