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익수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지난 30년 동안 과학기술 주도정책과 민간기업의 기술혁신 노력으로 연구개발 투자비율이나 연구인력 등 투입요소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이를 만큼 양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SCI 논문 수를 보면 세계 19위로 선진국 수준에는 아직 멀었다. 또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 측면에서도 미국·일본은 물론 대만에도 훨씬 뒤떨어지고 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과학기술정책과 평가제도에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라 본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문제점은 우선 국가정책 목표가 너무나 막연하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이 국가정책 목표에 기여하려면 국가정책 목표 속에 과학기술 정책지표가 명확히 표현돼야 하고 이것이 과학기술예산 편성지침에도 구체화돼야 한다. 국가정책 목표에 따른 예산지침은 16개 과학기술 관련 행정부와 33개 출연연에 대해 각각 어떤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할 것인가를 정확하게 하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과학기술부문에 대한 중점투자의 필요성은 제시하면서도 명확한 정책목표를 찾기는 어렵다. 내년도 예산편성에도 10대 지침, 30대 중점관리사업 등으로 세분화돼 있으나 역시 명확한 정책목표가 명시돼 있지 않다. 과학기술정책이 국정목표나 예산편성지침 등에서 막연한 표현으로 돼있는 상태에서 각 부처의 과학기술정책이 수립되고 있고 이에 따른 연구개발사업이 수행되고 있다.
특정 산업부문의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부처는 정책목표에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으나 과기부의 경우 정책범위가 너무 넓어 기관장의 철학과 소신에 따라 정책방향과 중점과제의 판단이 달라지는 등 가장 불안정한 정책목표로 일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출연연 설립 당시만 해도 출연연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 요구사항은 명확했다. 경제개발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목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연구개발 목표가 약해지고 과기부가 출연연의 목표연구 관리에 대한 감독 지원보다는 자체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도록 해 출연연이 점차 방만한 연구관리로 국가정책 목표를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체 연구개발사업의 33%를 수탁연구사업에 의존하는 경향 속에서 출연연의 존립 의의와 가치를 퇴색시킨 것이 사실이다.
철저한 목표관리 행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국가 연구개발에 대한 명확한 정책지침이 제시되어야 한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추상적이고 기획예산위의 요청으로 포괄적인 현행 과학기술예산 편성지침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개선안을 마련중이다.
현재 검토중인 방안은 국가정책 목표를 예산편성 지침에 반영시키며 이를 과기부를 비롯한 16개 과학기술 관련부처와 33개 출연연구기관에 시달, 연구자에게 국가가 요구하는 연구개발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려 국가정책 목표에 따른 연구개발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반도체·전자 등 국가 주력산업에 대한 기술고도화와 경쟁력 제고는 물론 국가 기술수준 측정에 의한 국가종합기술지도(TRM : Technology Road Map) 작성을 통해 연구개발 수행능력과 제품의 시장성·수익성 등을 고려한 선진 및 두뇌집약기술 등 첨단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분야를 전략적·단계적으로 수행해 나가야 한다. 자문회의에서는 기술측정에 의한 TRM 작성을 위한 작업을 준비중이다.
여기에는 민간기업이 담당해야 할 기존 산업영역과 기확보한 연구개발능력을 토대로 중점 연구영역인 신산업영역, 그리고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정부의 중점 연구개발영역 등 3단계로 그려질 수 있다.
국가정책 목표에 따른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사업 수행에 대한 엄정한 평가는 목표관리 행정과 함께 과학기술정책의 기본 전제다. 따라서 평가는 타당성과 신뢰성, 평가절차 상의 객관성 등이 기본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무엇을, 누구를, 어떤 방법으로, 언제, 왜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평가의 6하원칙이 공신력을 갖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현재 자문회의는 국가정책 목표에 따른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사업 수행의 목표관리 확인을 통한 정책자문 수행을 목적으로 특정연구개발사업·공업기반기술사업 등 16개 과학기술 관련부처와 33개 출연연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원론적인 부문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공학원 등과 협력해 평가사업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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